[커버스타]
[휴 잭맨] 잔혹하지만 섹시한
2009-04-10
글 : 장미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울버린, 휴 잭맨

이 남자, 위험하다. 손에서 날카로운 강철손톱이 튀어나오는 그는 살아 있는 살생무기다. 온몸의 골격이 아다만티움이라는 특수 물질로 이뤄진 후천적 돌연변이 울버린. 그는 어떻게 돌연변이의 대열에 합류한 것일까. 울버린으로 불리기 전 그의 몸은 어떤 세상을 보고 만지고 맛보았을까.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150년 동안 지속된 울버린의 생애 중에서도 아주 초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오프격인 액션블록버스터다. 8년 전 울버린으로 내정됐던 더그레이 스콧이 하차한 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도박하듯 선택한 무명의 휴 잭맨이 스타덤에 오른 건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 유명세를 안긴 시리즈에 감사라도 표하듯 제작까지 겸한 새로운 <엑스맨> 영화를 촬영하면서 잭맨은 살인적인 의지로 울버린의 육체를 완벽하게 주형했다. 아침 4시에 일어나 단백질 위주의 음식을 소량 섭취하기. 아침 6시에 체육관으로 직행, 근육 운동에 열중하기. 정적 빅터 크리드 역을 맡아 경쟁하듯 몸만들기에 열중했던 리브 슈라이버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최소한 휴와 맞붙을 수 있게끔 보여야 했다. 빅터는 로건의 엉덩이를 걷어차기도 하는 그런 인물이니까. 하지만 휴는 지금, 괴물이다.”

키가 189cm에 이르는 장신의 호주 사나이가, 오리지널 코믹북에 따르면 그보다 20cm는 작은 다부진 돌연변이 히어로로 변신하는 과정에는 물론, 대가가 따랐다. 손톱을 뽑아낼 때마다 고통을 느낀다는 울버린처럼 휴 잭맨은 시리즈 중 네 번째에 이르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도 한결같이 동물적인 본능을 끌어내려 몸부림쳤다. “울버린을 연기할 때마다 미신처럼 행하는 무언가가 있다. 얼어붙을 만큼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것이다. 1편을 촬영할 때는 아침 5시에 일어나야 했다. 추웠지만 뜨거운 물이 없었다. 아내가 깰까봐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찬물을 뒤집어쓰면서 되뇌곤 했다. ‘이게 울버린이야. 비명을 지르고 싶고, 다른 사람들의 머리를 쳐내고 싶고, 화가 나지만, 그럴 수 없는.’”

이를 앙다물고 출연작을 늘려가는 사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가 아닌 가스통을 연기하기도 했던 무대 출신의 배우는 어느새 할리우드에서도 환영받는 스타급 배우로 성장했다. 로맨티스트의 부드러움을 선사하고(<케이트 & 레오폴드>), 신성 대런 애로노프스키와 크리스토퍼 놀란은 물론 지금은 거장 대열에 합류한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우디 앨런과 작업하는가 하면(<천년을 흐르는 사랑> <프레스티지> <스쿠프>), 자신의 나라 호주를 배경으로 한 광대한 서사시의 일원으로 역경을 이겨냈던(<오스트레일리아>) 9여년의 기간 동안. 올해 오스카 시상식을 시청한 팬이라면, 가장 재미있는 그의 이력으로 아카데미를, 그곳도 꽤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사실을 꼽겠지만.

“내가 1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면 4~5편은 다른 사람의 고사로 내게 온 작품일 거다. 촬영 직전 가엾은 더그레이 스콧이 부상을 입는 바람에 울버린으로 캐스팅됐거든. 나는 벤치에 앉아 있다 경기에 투입되는 교체멤버처럼 커리어를 쌓아왔다.” 러셀 크로를 대신해 <오스트레일리아>의 모험에 참가했지만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드로버를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훌륭하다 칭했던 휴 잭맨은 말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인간이더라도 나는 이 영화를 하려고 줄을 섰을 거다.”

하드보디 아래 감춘 유연한 사고. 영국 이민자 출신의 부모 아래 다섯 아이 중 막내로 태어난 아웃백의 터프가이는, 1995년 <ABC> TV시리즈를 촬영하다 만난 배우 출신의 아내 데보라 리 퍼니스와 여전히 다정한 가정적인 남자다. 울버린 역시 치유할 수 없는 야생성에도 인간적인 우아함을 잃지 않았기에 더욱 매력적인 히어로 아니었나. 강철 같은 골격 아래 흐르는 뜨거운 심장, 울버린이, 휴 잭맨이 잔혹하지만 섹시한 이유다.

사진제공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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