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아를 봤다. 사진촬영을 끝내고 조금 피곤해진 김하늘의 예민한 표정이 딱 드라마 <온에어> 속 오승아다. 어째야 할지 우물쭈물한 사이 그녀가 먼저 말했다. “신경쓰이세요? 저 발랄해요.” 그런데 그렇게 말해도 남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굳이 오승아 때문이 아니어도 비슷한 또래의 여배우들에 비해 더 많은 눈물을 흘렸던 김하늘은 언제나 깊은 고민을 안고 살 것 같은 배우다. 애잔한 표정의 김하늘보다 발랄한 김하늘이 더 사랑받았던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로망스>와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김하늘은 <동감>이나 <피아노> <To heaven> 뮤직비디오의 김하늘 덕분에 더 많은 탄력을 받았다. 그녀에게 웃음과 눈물이란 양극단의 모습은 사실상 서로를 지탱해 준다.
<7급 공무원>의 안수지 역시 그녀의 욕심이 선택한 여자였다. 이 욕심은 <온에어>가 김하늘에게 남겨놓고 간 짙은 잔상이다.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근성에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픈 갈망을 함께 가진 오승아를 통해 김하늘은 “많은 박수를 받은 느낌”을 얻었고, 덕분에 “더 많은 에너지를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국정원 요원을 소재로 한 <7급 공무원>은 지금까지 한번도 한 적이 없었던 액션연기를 할 기회라는 점에서 그녀의 욕심과 맞아떨어졌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도 <로망스>를 끝낸 뒤 자신감이 붙어서 할 수 있었어요. 수지는 승아와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승아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줄 만한 역할이라고 봤어요. 그런 재미가 없다면 굳이 배우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더 많은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많은 첫 경험이 필요했다. 작품을 위해 훈련을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촬영 도중 멍들고 상처를 입는 것도 처음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이 아닌 겨울의 한강을 누비는 것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액션에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당연히 처음이지 않았을까? 제트스키를 연습하다 보니 잘 타게 됐고, 승마를 연습하다 보니 또 잘 타게 된 그녀는 결국 원래 대역을 쓰려 했던 장면까지 직접 찍었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줄안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한편으로는 제 자신이 기특하기도 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보여준 것 같아요. 액션연기를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전작들의 모습까지 담겨 있으니까.”
지금 김하늘이 <7급 공무원>을 통해 기대하는 최고의 찬사는 “보기에는 여리여리한데, 액션이 어색하지는 않네?” 정도다. 그 정도만 돼도 오승아가 남겨놓고 간 만큼의 욕심이 또 생길 것 같단다. <온에어>가 김하늘의 깊이를 더했다면, <7급 공무원>은 김하늘의 품을 넓힌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김하늘은 다시 탄력받을 것이다. 물론 어디로 튈지는 본인도 모른다. “제가 가진 폭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박수를 받으면 지독한 스릴러든, 눈물을 쏙 빼는 멜로든, 아니면 더 센 액션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다시 오승아의 대사가 겹쳐올랐다. “난 내가 제일 무섭거든? 내가 뭔 짓을 할지 나도 몰라서….” 욕심 많은 김하늘의 폭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