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타트렉> 시리즈 극장판 총 10편의 평가는
2009-04-21
글 : 김도훈

8편 <퍼스트 컨택>이 최고

<스타트렉> 시리즈는 지금까지 모두 10편의 극장용 장편영화를 내놨다. 첫 6편은 오리지널 TV시리즈의 멤버들이 출연하고, 7편부터는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주인공들이 출연한다. 79년부터 시작된 10편의 영화에 별점을 매겨봤다. 트레키들이 좋아하는 작품과 일반 관객이 좋아하는 작품이 다를 수 있다는 게 문제. 그런 걸 누가 신경이나 쓰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스타트렉>
Star Trek: The Motion Picture, 1979

<씨네21> 평점 ★★★ IMDb 유저 평점 6.2 제작비 3500만달러 수익 3966만달러

사람들은 이게 또 다른 <스타워즈>가 될 거라 믿었다. 전세계에 막대한 트레키(Trekkie)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수효과는 충분히 발전했다. 전년도에는 <스타워즈>의 성공까지 터진 상태였다. 극장판의 항로는 창창했던 셈이다. 막상 두껑을 열어보니 로버트 와이즈의 연출은 밋밋했고 특수효과는 심심했다. 흥행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우주탐사선 보이저가 지적 생명체가 되어 귀환한다는 이야기는 장르적으로 감동적이고 TV시리즈의 유산을 잇는 특유의 개척정신도 오롯하다. 만족할 순 없지만 기념할 만한 첫출발.

<스타트렉2: 칸의 역습>
Star TrekII: The Wrath of Khan, 1982

<씨네21> 평점 ★★★☆ IMDb 유저 평점 7.8 제작비 1100만달러 수익 7863만달러

전작의 흥행 실패를 깊이 새긴 제작사는 덜 명상적이고 더 화끈한 블록버스터를 원했다. 그러니 당대를 휩쓸던 <스타워즈> 시리즈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로 귀환하는 보이저는 없다. 커크 선장에게 원한을 품은 우주해적, 뚜렷한 성격을 부여받는 영웅적 주인공들, 기괴한 외계생물들과의 결투. <스타트렉2: 칸의 역습>은 재미 하나로 승부하겠다는 (또 그걸 바탕으로 계속 속편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제작진의 집념이 잘 드러나는 스페이스 오페라다. 적은 제작비 탓에 저렴해 보이는 특수효과가 옥에 티.

<스타트렉3: 스포크를 찾아서>
Star TrekIII: The Search for Spock, 1984

<씨네21> 평점 ★★☆ IMDb 유저 평점 6.5 제작비 1700만달러 수익 6746만달러

2편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3편은 제목 그대로 전작에서 죽은 스포크를 되살린다는 이야기다. 커크 선장 일행은 스포크가 죽기 전에 자신의 자아를 맥코이 박사에게 심어놓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디엔가 존재하는 스포크의 육신을 되찾기 위해 대원들은 제네시스 별로 향하고, 또 오랜 숙적인 클링곤과도 대결을 벌인다. <스타트렉3: 스포크를 찾아서>는 트레키들을 위한 영화다. 퇴역당한 엔터프라이즈호와 뿔뿔이 해체된 대원들이 다시 힘을 합쳐 시리즈의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들 되살리는 과정의 감동에는 확실히 팬서비스 같은 면모가 있다. 스포크 역의 레너드 니모이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의외로 능수능란하다.

<스타트렉4: 시간초월의 항해>
Star TrekIV: The Voyage Home, 1986

<씨네21> 평점 ★★★ IMDb 유저 평점 7.3 제작비 2500만달러 수익 6793만달러

대원들은 3편의 모험을 마무리하고 귀환하던 중 지구가 괴음파에 의해 멸망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괴음파를 물리칠 수 있는 건 23세기에는 이미 멸종된 고래밖에 없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이제 고래를 잡기 위해 20세기의 미국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스타트렉4: 시간초월의 항해>는 시리즈를 스스로 오마주하는 듯한 코미디영화다. 대원들이 20세기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이는 소동과 생태론적인 설정까지 모든 것이 경쾌하고 즐겁다.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 역시 레너드 니모이가 감독했다. *PS 이듬해 패트릭 스튜어트가 피카드 선장으로 나오는 새로운 TV시리즈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방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리지널 멤버들은 이후로도 2편의 극장용 영화를 더 만든다.

<스타트렉5: 최후의 결전>
Star TrekV: The Final Frontier, 1989

<씨네21> 평점 IMDb 유저 평점 4.9 제작비 2780만달러 수익 5221만달러

3편과 4편을 스포크가 감독했으니 커크 선장이라고 못할쏘냐. <스타트렉5: 최후의 결전>은 커크 선장 윌리엄 섀트너가 직접 메가폰을 쥔 작품이다. 스포크 형인 사이벅의 부탁으로 엔터프라이즈호는 신이 존재한다는 은하계 중심의 유토피아 행성 샤카리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인간과 똑같이 분노와 짜증과 고뇌로 가득한 신을 마주하게 된다. 섀트너는 신의 존재와 전우주적 섭리에 관한 철학적 SF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 미안하지만 섀트너는 스탠리 큐브릭이 아니다. 선장은 함교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스타트렉6: 미지의 세계>
Star TrekVI: The Undiscovered Country, 1991

<씨네21> 평점 ★★☆ IMDb 유저 평점 7.2 제작비 3천만달러 수익 7489만달러

오리지널 TV시리즈의 주연들이 출연한 마지막 작품. 시리즈를 회고하는 축제 같은 영화가 나올 줄 알았더니 동서 장벽이 무너지던 90년대 초반의 국제정세를 그대로 반영한 영화가 나왔다. 연방은 영원한 적 클링곤과의 종전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군부 세력이 종전 회담을 저지하려 하자 커크 선장 일행은 숨겨진 계략을 막고 전우주적 평화협정을 이룩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 작품으로 윌리엄 섀트너와 오리지널 멤버들은 오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제 피카드 선장이 지휘하는 새로운 프론티어가 열린 것이다.

<스타트렉7: 넥서스 트렉>
Star Trek: Generations, 1994

<씨네21> 평점 ★★★ IMDb 유저 평점 6.4 제작비 3500만달러 수익 7567만달러

마침내 시작된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극장판. 커크 선장이 괴이한 초자연적 에너지띠를 만나 사라져버리는 것으로 시작한 영화는 80년을 건너뛰어 피카드 선장의 시대로 들어선다. 인간을 낙원으로 이동해주는 에너지띠 ‘넥서스’를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인공과 새로운 주인공들을 조우하게 만들고, 그로부터 이전 세대와의 결별을 알리는 이야기는 꽤나 감격적이다. 세대교체가 중요한 목적이다보니 오락적인 흥취가 좀 떨어지는 점도 있긴 하다. 그래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브리지다.

<스타트렉8: 퍼스트 컨택>
Star Trek: First Contact, 1996

<씨네21> 평점 ★★★★ IMDb 유저 평점 7.6 제작비 4500만달러 수익 9200만달러

<스타트렉> 극장판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 엔터프라이즈호는 인류를 기계화하려는 기계인간 보그 집단의 함대를 통쾌하게 궤멸시킨다. 그러나 탈출한 일부 보그 무리들은 인류와 외계 지성의 첫 번째 접촉을 아예 막아버리기 위해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의 지구로 돌아간다. 보그족과 함께 과거로 끌려들어간 대원들은 외계인의 첫 접촉을 이룩한 지구인들의 워프비행을 돕는 한편, 역사를 저지하려는 보그족과도 싸운다. 일종의 평행우주 SF인 <스타트렉8: 퍼스트 컨택>은 시리즈 특유의 우주적 사색과 통쾌한 액션이 버무려진 끝내주는 오락영화다.

<스타트렉9: 최후의 반격>
Star Trek: Insurrection, 1998

<씨네21> 평점 ★★☆ IMDb 유저평점 6.4 제작비 5800만달러 수익 7012만달러

시대적인 발언을 꿈꾸는 <스타트렉> 극장판. 우주적 악에 맞서 싸우던 우주연방이 알고보니 무병장수 행성을 탐내는 악당과 손을 잡고 꿍꿍이를 저지른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우리의 피카드 선장은 계급장 떼고 우주연방에 맞선다. SF 블록버스터로서 <스타트렉9 : 최후의 반격>은 그리 나쁜 영화가 아니다. 활기찬 연출도 나쁘지 않고 특수효과는 급속하게 성장하는 90년대 후반 할리우드의 품질답다. 다만 모든 게 너무 자로잰 듯 준수하기만 하다는 게 좀 문제랄까.

<스타트렉10: 네메시스>
Star Trek: Nemesis, 2002

<씨네21> 평점 ★☆ IMDb 유저평점 6.4 제작비 6천만달러 수익 4312만달러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를 보고 탄식했다. “반평생을 <스타트렉>과 함께해왔지만 이젠 연료가 거덜났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깊이 동의한다.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멤버들이 마지막으로 출연한 이 허술한 영화는 피카드의 복제인간이 인간들에게 복수하려고 날뛴다는 이야기다. 엔터프라이즈호의 빛나는 구성원들은 거의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채 복제인간의 실존적 복수에 맞서 우왕좌왕하던 중 허망하게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한다. 파라마운트가 새로운 <스타트렉> 극장판을 만들기로 한 건 참으로 현명한 일이다. <스타트렉10: 네메시스>로 시리즈의 막을 내리는 건 비극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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