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돈’을 주제로한 10가지 다채로움 <숏!숏!숏! 2009: 황금시대>
2009-04-30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스크린에서 ‘돈비(雨)’가 내린다. 보는 사람에 따라 10원짜리 동전 혹은 금화로 보일 것 같은 노란색 동그라미들이 쨍그렁 소리를 울리면서 낙하하면, 그 위로 4글자가 지나간다. 황금시대. 2009년 10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작으로 준비한 <숏!숏!숏! 2009: 황금시대>는 단편 3개로 구성했던 예년과 다르게 10명의 감독들을 기용해, 우리가 사랑하고 또 경멸하는 “돈”을 주제로 10가지 다채로움을 스크린 안에 펼쳐놓았다.

블랙코미디 <유언 Live>(최익환)은 부동산 사기를 당한 두 청년이 찍는 자살 비디오다. 모든 시도가 실패한 뒤 “내 맘대로 죽지도 못한다”는 푸념이 서글프다. 돈은 살인도구가 되기도 한다. <동전 모으는 소년>(권종관)에서 소년이 “하고 싶은 걸 하려고” 모아둔 동전들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간다. “최대의 경제불황”을 맞은 현실을 반영하듯, 영화는 대부분 서늘하다. 서울역의 노숙자는 여고생의 푼돈에도 담배를 사다 주고(<담뱃값>, 남다정), 아내의 이름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한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수상한 서스펜스가 흐른다.(<불안>, 이송희일) 각박한 현실 비추기에 지칠 때쯤 오아시스처럼 나타나는 <시트콤>(양해훈)과 <신자유청년>(윤성호)은 그 기발한 구성 때문에 웃을 수 밖에 없는 두편의 소극이다. 나이트에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살인사건을 다룬 <시트콤>은 돈의 배후를 ‘절대악’으로 규명하고, 52주 연속 로또에 당첨된 좌파청년 임경업(임원희)의 상승과 추락을 따라잡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신자유청년>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신선하고 신랄하게 꼬집는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이 “팝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와 정색하고 던지는 말들이 씁쓸하되 웃기다.

“돌고 돌아 돈”이라는 말처럼 10편의 단편들 안에서 돈은 삶과 죽음, 희로애락 사이로 돌고 돈다. 직접적으로 소재가 화면에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돈=경제력’이라는 전제 아래 그려낸 일상 혹은 환상의 조각들이다. 소재의 참신함이 덜해서일까?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는 익숙한 괴로움이 한발 늦게 뒤통수를 친다. 그런데 그게 <숏!숏!숏! 2009: 황금시대>의 쓰고 짜고 매우면서 또 달콤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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