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버려진 필름을 총5개의 챕터로 재구성 <분노>
2009-05-01
글 : 김성훈

<분노(복원판)> La Rabbia Di Pasolini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쥬세페 베르톨루치|이탈리아|2008년|83분|35mm|컬러, 흑백|시네마스케이프

그러니까 <분노>는 제작자인 가스토네 페란테의 교묘한 계획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극우 저널리스트인 구아레스키와 급진 진보주의자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파졸리니를 대립시키려는 의도로 영화를 구상했다. 정치적인 성향이 극도로 다른 두 사람의 관점을 통해 지난 10년(1953년~1963년)의 세계를 돌이켜보자는 취지였던 것. 하지만 훗날 파졸리니는 <분노>의 연출 제의를 받아들인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영화의 상영 직전에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파졸리니는 필름의 배급을 막았다. 그리고는 “나의 ‘순진함’에 내가 희생됐다”고 언론에 한탄했다. 과연 무슨 연유에서일까.

구아레스키가 누구인가 하면, 2차 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 총리에게 명예훼손죄로 고발당해 감옥까지 갔다 온 ‘악질 중의 악질’ 저널리스트였다. 이유를 막론하고 이런 인물과 같은 영화를 작업한다는 건 파졸리니의 반대 세력에게는 흥미로운 공격 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파졸리니의 도덕적 흠결을 찾아 헤매던 보수 세력은 승냥이처럼 <분노>를 물고 늘어졌다. 결국 <분노>는 영화 자체보다도 파졸리니 스스로가 더 많이 거론되고 시달린, (감독 자신에게는)저주받은 작품이 되었다.

이번에 전주에서 상영되는 복원판은 주세페 베르톨루치 감독이 버려진 필름을 총5개의 챕터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1956년 헝가리 사태, 알제리 전쟁과 같은 각국의 불안정한 정치적인 상황에서부터 최초의 우주여행을 간 가가린, 마릴린 먼로의 죽음과 같은 사회적인 이슈까지 급변하는 현대사의 뉴스클립들이 소설가 조르조 바사니의 내레이션과 함께 펼쳐진다. 한편 복원판에서는 영화 개봉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파졸리니의 정치적인 코멘터리와 그의 급진적인 역사인식 또한 엿볼 수 있다. 특히, 5번째 챕터인 <The Angry Young Men>의 인터뷰에서 파졸리니는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젊은이는 ‘특정 이데올로기’가 아닌 ‘전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혁명을 도모하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그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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