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랜드> The Northern Land 감독 주앙 보텔료
포르투갈|2008년|121분|HD|컬러
음험한 산들. 저 멀리서 거센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바닷물에 몸을 맡긴 자갈들도 보인다. 이곳은 마데이라, 포르투갈의 섬이다. 괴이하지만 수려한 이 섬에서 시시 가족들은 대대로 삶을 일궈왔다. 선조 여인들이 남긴 기록을 추적하던 시시는 그들의 생이 자신의 그것과 깊숙이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죽음 등 예상치 못한 사건들과 맞딱들인다.
역사적 인물들을 즐겨 다뤘던 포르투갈 작가 아구스티나 베사 루이스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한 <노던랜드>는 과거와 현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교차시키는 영화다. 당시로선 혁명적으로 남편을 떠나 홀로 ‘노던랜드’에 머문 로자문드를 비롯해 옛 여성들의 잔영은 여전히 마데이라 섬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비상한 호기심으로 그녀들의 수수께끼를 한꺼풀씩 벗겨가던 시시는 줄곧 질문을 던진다. 로자문드는, 용감하고도 자유로웠던 영혼들은 한낱 광기에 휩싸인 마녀들일 뿐일까. 실상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들이었을까.
연극은 물론 갖가지 미술 작품을 실험적으로 인용하곤 하는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그림으로도 직접 제시되는 ‘유디트’다. 아시리아의 장수 홀로페르네를 유혹해 잠자리를 가진 뒤 그의 목을 가차없이 그어버렸다는 그 매혹적이고도 용맹한 여성. 조국의 구원자이자 마리아의 전신이며 살인자이기도 한 유디트는, 어쩌면 모든 여성들의 얼터에고가 아닐지. 부산할 만큼 여러 옥타브로 들려오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빌려 한 가족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수작. 2008년 로카르노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