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유쾌하고 귀여운 호러 영화 <아이 셀 더 데드>
2009-05-03
글 : 이주현

아이 셀 더 데드 I sell the dead
글렌 맥퀘이드/미국/2008년/85분/전북대문화관/밤 12시

무대는 18세기 영국.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도굴꾼 윌리의 목을 댕강 잘라 버린다. 동료 아서 블레이크 또한 내일이면 단두대에 서게 될 처지다. 사형을 앞두고 아서는 자신을 찾아온 더피 신부에게 윌리와 함께 한 시체 도굴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고해 성사가 아닌 굉장한 모험담이다. 모험담의 핵심은 ‘절대 시체를 믿지 말 것!’. 아서와 윌리가 오랜 도굴 생활 끝에 얻은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시체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올지 모른다. 가슴에 칼을 꽂고 누워있던 여자가 미친 듯이 날뛰고, 외계 생명체의 것으로 보이는 해골이 뿅 하고 사라지고, 나무 궤짝에 갇혀있던 좀비가 사람의 목을 물어뜯는다.

그러나 눈을 질끈 감을 필요는 없다. <아이 셀 더 데드>는 웃으며 볼 수 있는 호러-코미디 영화다. 혹은 익숙하지만 유쾌한 버디 영화다. 중간 중간 삽입되는 애니메이션, 어둡지만 부드러운 화면, 분위기를 가라앉히지 않는 음악이 호러 영화의 끔찍함을 덜어낸다. 심지어 영화는 어른들의 환상 동화 같은 느낌이다. 목 잘린 시체가 자신의 목을 들고 돌아다니는데도 잔인하기보다 귀여우니 말이다. 여기엔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 한다. 아서 역의 도미닉 모나한은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족 메리를 연기했었고,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도 출연해 얼굴이 낯익다. 더피 역의 론 펄먼은 <헬보이>의 ‘헬보이’이며, 윌리 역의 래리 페슨덴은 <아이 셀 더 데드>의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판타지,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감독 글렌 맥퀘이드의 이름을 기억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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