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와 거인 미구 Mia and the Migoo
자크-레미 지르/프랑스, 이탈리아|2008년|92분|전북대문화관/오후 5시
거대한 나무 한 그루. 아름다운 화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그 둘레로 빛이 모여든다. 이 나무가 “세계의 중심”으로, 이 신성한 존재가 숨을 거두면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를 지키는 자가 미구, 주인공 소녀 미아와 우연히 마주친 귀엽고도 짓궂은 거인 요정이다.
미아는 어느 날 아버지 페드로가 비극적인 사건을 맞았음을 직감한다. 아니나 다를까,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페드로는 터널에 갇히는 사고를 당해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인다. 할머니들의 반대에도 여행길에 오른 미아는 아버지가 머물던 열대우림, 사람들이 “저주 받았다”고 믿는 그 울창하고도 아름다운 숲에 도달하게 된다. 한편 그곳에 호화 리조트를 건설하고자 하던 건설회사 사장은 투자자들과 아들 알드린을 데리고 숲을 방문한다. 투자자들은 환상적인 풍광에 만족해하지만,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타나 공사를 방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무기를 구입해 결전을 준비한다.
자연과 문명의 대립. 초현실적인 조력자. 마녀 혹은 지혜로운 여자들의 등장.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이 애니메이션은 얼핏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작들을 떠올리게 한다. 파스텔과 수채화 기법을 이용해 순수 수작업으로 완성했다는 거칠지만 정감 있는 장면들도 그러하다. 그에 반해 지상에 뿌리를, 지하에 잎을 내린 신성한 나무는 지극히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달까. 물론, 배경이야 어쨌든,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자연을, 아버지를 구하고자 애쓰는 두 소년소녀의 신나는 모험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