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여전히 재기넘치는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의 <금발 소녀의 기벽>
2009-05-06
글 : 김성훈

금발 소녀의 기벽 Eccentricities of a Blond Hair Girl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포르투갈, 프랑스, 스페인|2009년|63분|메가박스5/오후 5시

흔들리는 기차 안. 주인공 마카리오는 옆 좌석의 낯선 여자에게 자신의 연애담을 꺼낸다. “그것이 제 인생의 불행이었죠”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삼촌의 사무실에서 회계 일을 하는 마카리오는 우연히 창밖을 통해 보이는, 중국식 부채를 들고 있는 옆집여자 루이자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때부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그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되는데. 결실을 맺기가 참 쉽지 않다. 삼촌의 반대를 뿌리치자니 돈이 문제고, 어떻게 돈을 해결하려니 그녀와 잠깐 떨어져있어야 된다. 돈이 해결되자 또 다른 문제가 그의 앞을 가로막는데. 과연 그는 그토록 흠모하는 여자와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올해로 100세에 접어든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은 여전히 재기 넘친다. ‘19세기 자연주의에 대한 풍성한 상징화’라 평가받는 에카 드 퀘이로즈의 동명소설 <금발 소녀의 기벽>를 각색한 그는 다소 복잡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단순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재단해낸다. 잘 풀릴 것 같을 때 하나 둘 등장하는 새로운 장애물은 관객의 마음을 안달 나게 하면서도,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마카리오의 처절한 ‘알랑거림’이 돋보이게 한다. 영화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끌고 가다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한순간 터뜨리는데, 그 여파가 꽤 크다. “기벽의 특징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버라이어티지의 제이 바이즈버그의 평이 그 힌트다. ‘기벽’이라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직접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