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 <나무 아래서>
2009-05-07
글 : 김성훈

<나무 아래서> Under The Tree
가린 누그로호 | 인도네시아 | 2008년 | 104분 | CGV5 | 오전 11시30분

발리 섬 원주민들의 제의의식으로 여는 영화의 첫 장면은 꽤 의미심장하다. 그들이 보여주는 춤과 전통음악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신비로울 거라고, 그리고 고전적인 서사대로 전개되진 않을 거라고 예고하는 듯하다.

<나무 아래서>에는 세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첫 번째 여자, 자카르타에서 온 그녀는 택시를 타고 ‘무언가’를 찾으러 간다. 두 번째 여자, 임신을 한 그녀는 의사에게서 뱃속의 태아가 기형아라는 사실을 전달받고 고통스러워한다. 세 번째 여자, 몸에 문신을 새기는 그녀는 계란껍질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를 따라다닌다. 세 가지 상황을 통해 감독은 ‘어머니’, ‘고통’, ‘사랑’, ‘예술’을 이야기한다. 감독은 때로는 여자들의 얼굴 클로즈업만으로 순간의 감정을, 때로는 구체적인 상황을, 때로는 제의의식과 같은 상징과 은유를 보여준다. 결론을 내리진 않는다. 더군다나 영화의 마지막, 임신을 한 여자가 초반부인 첫 번째 여자의 택시에 타는 장면은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그래서 전형적인 서사영화처럼 흐름을 어떻게 해서든지 따라가려던 관객에겐 당황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린 누그로호 감독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생각하게 하려는 듯 영화의 구조를 열어둔다.

그래서 누구는 인도네시아 여성들의 현실을, 또 다른 누구는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그렸다고 해석할지도 모른다. 모두 다 맞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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