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모 아니면 도네요.” 네이버의 <박쥐> 평점페이지에 적힌 어느 네티즌의 댓글이다. 10점과 1점, 별 5개와 1개만 있을 뿐 그 사이의 평점이 없다는 점에서 <박쥐>에 대한 평가는 모와 도로 갈리고 있다. 심지어 <박쥐>를 ‘도’로 평가한 이들의 블로그는 ‘모’라고 평가한 이들의 악플 공세에 시달리는 중이다. <박쥐>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양쪽의 관객은 싸우고 있다. ‘박쥐’란 게시자가 “언론 플레이로 기대감만 극도로 올려놓은 사실상 쓰레기 같은 영화! 대실망!!!!”이라고 써놓자 ‘황금박쥐’란 게시자가 “당신이 더 쓰레기!!”라고 적는 식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지난 2007년 가열찬 찬반논쟁 덕분에 <100분 토론>까지 출연한 <디 워>가 떠오른다. 이슈의 중심이 되면서 <디 워>는 전국에서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 <디 워>의 예기치 못한 승천은 마케터들에게 조금만 사회적인 이슈가 될 기미가 있는 영화는 시사잡지나 시사프로그램도 섭외대상으로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박쥐> 또한 찬반논쟁이 영화의 흥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박쥐>는 개봉 6일 만에 전국관객 134만명을 돌파했다. 찬반논쟁 덕인지, 연휴 때문인지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찬반논쟁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CJ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은 “어떤 식이건 이슈가 되면 그만큼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나쁠 건 없다”고 말했다. “찬반논쟁에 칸영화제 진출작이란 타이틀이 겹쳐 있기 때문에 영화의 정체를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한번 보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거다. 극장 입장에서는 관객이 꼭 <박쥐>를 보지 않더라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는 게 좋은 것도 있다.”
하지만 <박쥐>의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런 찬반논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박쥐>를 홍보하고 있는 올댓시네마쪽은 “<박쥐>의 찬반논쟁을 더 이슈가 되도록 만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올댓시네마의 하어영 대리는 “영화가 오해를 사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일부 몰지각한 의견 중에는 칸영화제에 진출하려고 성기노출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더라. 영화의 본질을 마케팅적으로 어떻게 알려야 할지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홍보사쪽은 박찬욱 감독이 직접 연출의 변을 밝히는 글을 받아 보도자료로 릴리즈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박쥐>의 찬반논쟁은 ‘기자·평론가 대 관객’의 구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애국주의 논란이 아니라는 점에서 <디 워>의 논쟁과는 양상이 다르다. <박쥐>에 대한 평가는 기자나 평론가 사이에서도 모와 도가 갈리고 있으며, 별 5개 진영에서는 “이 영화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냐”고 비난한다. 사회·경제적 의미가 끼어들 틈이 없이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와 분석으로만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워낙 특이한 사례라 궁금해진다. 도대체 영화감독 박찬욱과 그의 영화들은 한국 관객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가 만든 영화가 논쟁의 중심이 된 이유도 영화적이기만 할까? <박쥐>의 찬반논쟁은 박찬욱이란 영화감독이 가진 의미에 대해 다시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는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