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쓰나미 블록버스터 <해운대>가 온다
2009-05-21
글 : 주성철
윤제균 감독, 설경구·하지원 주연 <해운대>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

본격적인 한국형 재난블록버스터가 온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 <1번가의 기적>에 이르기까지 코믹한 감각을 뽐내온 윤제균 감독이 일대 방향전환,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등에 참여한 할리우드 CG 프로듀서 한스 울릭과 손잡고 해운대에 들이닥친 ‘쓰나미’에 도전한 것. 기대와 우려를 모두 끌어안은 채 현재 15개국에 선판매되고 7월 개봉예정인 <해운대>의 CG컷들을 최초 공개하고 한창 후반작업 중인 윤제균 감독을 만났다.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이 섬뜩한 상황의 줄거리는 이렇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들이닥쳐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의 사상자를 내며 엄청난 충격을 준다. 당시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해운대 토박이 만식(설경구)은 예기치 못한 쓰나미에 휩쓸리게 되고, 한순간의 실수로 그가 믿고 의지했던 연희 아버지를 잃고 만다. 이 사고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연희(하지원)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만식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하고 연희를 위해 멋진 프러포즈를 준비한다. 한편, 국제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김휘 박사(박중훈)는 대마도와 해운대를 둘러싼 동해의 상황이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와 흡사하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대한민국도 쓰나미에 안전하지 않음을 수차례 강조하는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난방재청은 지질학적, 통계적으로 쓰나미가 한반도를 덮칠 확률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 순간에도 바다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해가고, 마침내 김휘 박사의 경고대로 일본 대마도가 내려앉으면서 초대형 쓰나미가 생성된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있는 수백만명의 휴가철 인파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부산 시민들, 그리고 이제 막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만식과 연희를 향해 초대형 쓰나미가 시속 800km의 빠른 속도로 밀려오기 시작한다.

100만 인파 몰린 여름 해운대에 비극 닥친다면?

이제는 그다지 생소하지 않은 이 엄청난 재앙은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 발생해 3만5천명이라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끼치면서 사람들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쓰나미는 갑작스런 충격으로 대양이 요동치면서 급격한 파동이 생겨 일어나는 지진 해일의 일본어로 주로 지진이나 화산 폭발, 운석 충돌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비행기보다 더 빠른 시속 800km 정도의 속도로 이동한다. 실제 부산 출신이기도 한 윤제균 감독은 당시 동남아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 우연히 해운대에 있었다. 문득 한적한 겨울 바닷가를 보며 햇빛 쨍쨍한 한여름을 떠올리면서 ‘이곳 해운대에도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거기다 100만 인파가 몰려 있는 여름에 말이다. 그렇게 <해운대>는 시작됐다.

윤제균 감독은 <1번가의 기적>(2007)을 끝낸 뒤 본격적으로 <해운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과거 <색즉시공>(2002), <낭만자객>(2003)을 함께하고 두사부필름을 떠나 <청춘만화>(2006)를 했던 이지승 제작PD가 합류했다. 아무래도 프로젝트 규모가 규모인지라 경험 많고 손발 잘 맞는 그의 존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해운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었다. 이지승 PD는 “아무리 윤제균 감독과의 작품 경험이 있다지만 <해운대>는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영화였다. 그나 나나 처음 시도하는 장르 아닌가”라며 “콘티가 나왔을 때 이걸 어떻게 영화 영상으로 만들 것인가, 참 막막하기도 했다. (웃음)”고 말한다. 말하자면 <해운대>는 그야말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투모로우> CG프로듀서 참여

CG분량이 막대한 것은 물론, 실제 촬영 기간보다 후반작업 기간이 더 넉넉해야 할 것은 당연한 일. 가장 관건은 CG업체의 선정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딥임팩트>(1998), <퍼펙트 스톰>(2000), <투모로우>(2004) 등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참여한 CG 프로듀서 한스 울릭을 영입하게 됐다. 이지승 PD는 “웬만한 국내 CG업체들은 다 미팅을 가졌는데 80∼90%까지 우리나라에서 구현 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하지만 아무래도 물을 구현하는 것에서는 ‘경험치’가 중요했다. 그래서 마지막 10%의 완벽을 기하기 위해 한스 울릭과 접촉했다”고 말한다. 물 CG분야에서만큼은 가히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스 울릭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폴리곤 비주얼웍스라는 회사의 대표가 <해운대> 프로젝트를 가지고 나를 찾아왔는데 관심이 갔다”며 “꽤 까다로운 프로젝트였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에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도전은 역시 온전하게 ‘물’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물이라는 것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물과 관련된 작품을 했는데, 표현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시중에 물을 표현하는 소프트웨어가 여럿 나와 있긴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그래서 내게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물을 표현하는 과정 전체가 흥미롭다. 수학과 물리학, 유체역학 시뮬레이션 등 물을 표현하는 데 소요되는 많은 요소들도 흥미로운 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그는 20년 가까운 영화계 경력 전부를 물과 함께해온 사람이다. 최근 유독 한국영화계와 깊은 친분을 쌓은 그는 역시 7월 개봉예정인 신정원 감독의 <차우>에도 참여했다.

최고의 ‘물의 퀄리티’ 보장한다

이후 촬영은 국내와 미국 분량으로 나눠 진행됐다. 대부분의 촬영은 부산 지역에서 이뤄졌고 CG가 중요한 일부 미국 분량은 최종적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촬영됐다. 현재는 모든 촬영이 끝나고 후반작업 역시 70%가량 진행된 상태다. 미국쪽 스탭과의 협의와 상황 점검, 결과물 확인 등은 매주 두세번 정도 화상회의를 통해 이뤄졌다. 거리상의 문제로 원활한 협업이 이뤄졌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이지승 PD는 “정말 치열하게 회의했다. 그냥 대충 넘어가는 건 없다. 화상회의에 직접 참여해보면 그 분위기를 알 것”이라며 “거리상으로 인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 역시도 웃으면서 “수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웃음)”며 “보통 새벽 1시부터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회의가 끝나면 녹초가 됐다”고 말했다.

그럼 역시 가장 큰 궁금증은 새로운 비주얼에 대한 것이다. 이지승 PD는 “쓰나미를 통해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물을 만들자는 단순한 목표에 우리는 물론 한스 울릭쪽 모두 공감한 채 시작했다”며 “좀 전문적으로 얘기하자면, 이른바 말하는 ‘레벨 셋’이라는 방식이 있더라. 파도라고 하면 그 물 자체에서 자기들끼리 연동작용을 하면서 넘치고 또 넘치고 하는 걸 보여주는 게 레벨 셋이고, <퍼펙트 스톰>에서 보여준 건 ‘매시 디포머’ 방식이라고 기본적인 프로그램하에 레이어에 디테일을 계속 깔아주는 방식이다. <해운대>는 레벨 셋 방식과 매시 디포머 방식을 혼용한 형태”라고 덧붙인다. 말하자면 전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전과 다른 물을 보여주겠단 얘기다. 그건 한스 울릭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할리우드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멋지고 완벽한 영화를 기대한다.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것은 관객이 극장을 나가서도 계속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딥임팩트> <퍼펙트 스톰> <투모로우>에 이르기까지 우리 테크닉이 계속 진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전 작품의 복제가 아닌 새로운 기술로 이전작들을 능가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그것은 철저히 ‘물의 퀄리티’에 관해서다. 이처럼 아직 공개 전인 <해운대>는 기대와 우려 모두를 끌어안은 올해 최대 제작비의 한국영화라 할 수 있다. 100만 인파의 해운대 백사장을 뒤덮고 순식간에 주변의 스카이라인을 집어삼킬 500m 높이의 쓰나미는 7월경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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