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의 유럽 흠모 취향은 꽤 역사가 오래된 것 같은데, 지금도 애정의 불길은 여전하다(<냉정과 열정 사이> 같은 걸 보시라). 삐딱한 성정인지 몰라도, <카모메 식당>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좀 식상한 듯한 프랑스나 이탈리아 대신 추워서 더 신선한 핀란드가 간택된 게 색다르기는 하다. 내 견문이 좁은 탓이겠지만, 왜 일본의 음식영화- 라고 한다면- 는 하나같이 착하지만 세상과 불화이거나 백치여서 안쓰러운 여자가 등장하는지 모르겠다. 동네의 콧구멍만한 라멘가게도 이마에 수건 두른 전문가가 일하는 게 당연시되는 일본사회에 비추어보면 역시나 초짜 여성은 영화적 설정이다. 이것도 프로의 손맛에 식상한 일본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본의 ‘주먹밥’에서 군국주의의 그림자를 싹 지워버리는 건 가당한 일일까 하는 의심도 든다. 주먹밥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일본 노인이 등장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인 걸까.
이런 결함(?)에도 나는 세상에 상처받거나 코드 불일치의 여성들이 나오는 영화에 감동받는다. <델마와 루이스>에 질질 짰던 건 그렇다치고 이 영화는 왜 이리 가슴이 저리게 하느냔 말이다. 이 영화가 상영되면서 무작정 사표를 날리고 핀란드로 떠난 또 다른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가 많았을 것 같다. 하긴, 지금도 <겨울연가> 성지순례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차원이 다른 이 영화의 충동질은 오죽할까.
<카모메 식당>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서울에 주먹밥 전문집까지 생겼다(그중 하나는 아예 이름도 카모메다). 오니기리(御握り), 쥐었다라는 뜻의 이 주먹밥은 일본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손으로 빨리 쥐어 먹을 수 있어 에도 시대의 패스트푸드로 시작된 니기리 스시와 함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다. 소금만으로 간을 하는 경우도 있고, 속에 여러 가지 소를 채운 뒤 쥐어서 김을 말아 먹는다. 대단한 기교를 부릴 수 없으니 재료가 충실해야 한다. 특히 쌀의 질이 맛의 8할을 결정한다. 일본에서 이 오니기리를 먹어보면 김맛이 걸끄럽다. 야들야들한 한국 김과 달리 일본 김은 두껍고 무심한 맛이기 때문이다. 주먹밥은 무심해야 더 제대로라고 한다면, 이 검은 마분지 같은 일본 김으로 만들어야 제맛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