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송새벽] 심드렁한 표정 뒤의 날카로움
2009-06-05
글 : 김용언
사진 : 이혜정
<마더>의 송새벽

<마더>의 일명 ‘세팍타크로 형사’(시나리오상 이름 ‘홍조’)가 “요즘 애들은 <CSI> 이런 거 봐서 되게 샤프해요” 같은 대사를 웅얼거리듯 흘리면 관객도 웃음이 슬며시 새어나온다. 도준에게 사과를 물리고 무지막지한 세팍타크로 발차기를 날리면서(이 장면은 CG의 도움으로 꽤나 실감난다) 날것의 생경한 위협을 책임지기도 한다. 동네 건달마냥 껄렁껄렁하고 어수룩해 보이는, 그러나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역할이다. 극단 연우무대의 젊은 주역 송새벽이 이 역을 맡았다. 봉준호 감독은 연극 <해무> 속의 그를 보고 주저없이 캐스팅을 결심했고, <마더>에서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배우’로 송새벽을 꼽은 바 있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키가 크고 영화 자체도 파워풀하기 때문에”, 처음 만났을 땐 잔뜩 위축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송새벽은 봉 감독의 친화력과 정열에 매혹됐다. “감독님은 어떨 땐 천재 같고 어떨 땐 아이 같다. 옆에 같이 있으면 귀가 쫑긋하게 되고 감독님이 보는 걸 나도 보게 된다.” 그리고 대선배 김혜자와 함께 “아주 잠깐이라도 호흡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송새벽에게는 설렘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그는 주저없이 ‘세팍타크로 형사’ 속으로 뛰어들었다. 잠깐 귀띔하자면 배우 송새벽과 영화 속 세팍타크로 형사의 이미지는 많이 다르다. 처음엔 봉준호 감독 역시 그의 해사한 얼굴 때문에 많이 걱정했다고 한다. “처음엔 감독님이 삭발 얘기까지 꺼냈다. (웃음) 결국 머리를 짧게 자르고 분장을 까무잡잡하게 하는 쪽으로 바꿨다.”

굉장히 센 장면과 심드렁하고 일상적인 디테일을 한 화면 안에 두는 것, 송새벽은 그 점이 봉준호표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역할이 그런 양면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고심했다. “두달 연습하고 두달 무대에 오르는 연극”과 달리 “두번 리딩한 다음 바로 슛에 들어가는 영화현장의 신속함과 고도로 예민하게 날이 선 촬영시간의 폭발력” 때문에도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송새벽의 다음 작품은 연극 <날 보러 와요>(<살인의 추억>의 원작으로 봉준호 감독과의 또 다른 인연!)다. 알 수 없는 범인에게 우롱당하며 절규하는 주인공 김 형사로 등장할 것이다. 그 다음엔, 또 다른 영화에서도 그를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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