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
철창 너머 두려움에 떠는 아들의 초점 잃은 눈빛을 보며 혜자는 오열했다. 혜자에게 도준(원빈)은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이 콱 막히는 그런 아들이었다. 지능이 낮은 도준은 이제 예순이 넘은 혜자의 유일한 골칫거리이자 그래도 또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삶의 존재 이유였다. 충청도 작은 소읍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는 혜자(김혜자)의 집으로 경찰들이 몰려든 것은 내일 영업을 위해 쑥과 감초 따위를 작두로 썰어대던 어느 나른한 오후였다. 다짜고짜 몰려든 경찰들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도준의 목을 낚아채며 우악스럽게 외쳤다.
“김도준! 너를 집시법 위반과 업무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협의로 체포한다. 너에게는 묵비권이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혜자는 경찰들이 쏟아내는 말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집시법 위반이라뇨. 우리 애는 정신이 이런데, 어떻게 집회를 나가겠어요.”
“어머니, 그런 얘기는 서에 가서 합시다.”
겁에 질린 혜자는 주변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도준의 친구 진태(진구)는 “경찰이 집회에 참석한 도준을 채증했다고 주장하는 그 시간에 읍내 맥줏집 ‘맨하탄’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제시한 사진 속에서 아들과 닮은 청년이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과 맞서고 있었다. 도준의 집에서 서울 명동 밀레오레 앞까지는 고속버스로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어떻게 도준은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명동까지 갈 수 있었을까. 혜자의 울먹임에 경찰은 “우리는 법대로 할 뿐”이라고 딱딱하게 답했다.
읍내의 변호사는 경찰이 ‘상습 시위꾼’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시위대와 얼굴이 비슷한 시민들을 상대로 소환장을 남발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변호사 사무실에는 언니네 집에 마실 나가 있던 30대 아기 엄마, 지리산 등산 중이던 40대 목수, 군 복무 중이던 20대 청년 등이 같은 이유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변호사는 착수금으로 500만원을 요구했다.
“도준아 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구해줄게.”
“흐흐흐. 엄마 서울광장!”
도준은 얼굴을 찡그리며 웃었다. 혜자는 무엇엔가 홀린 듯 서울행 심야버스에 몸을 실었다. 경찰이 전경버스로 차벽을 막아 광장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질식할 듯 숨막힌 서울의 거리를 헤매던 혜자는 결국 시위대로 몰려 경찰에 연행됐다.
“너는 난데… 세상천지 너하고 나하고….” 여경들이 몸부림을 치는 혜자의 사지를 잡아 끌었다.
“당신을 집시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혜자는 경찰에 연행될 때 도준이 느꼈을 난감함과 답답함을 떠올렸다.
“그래 도준아. 엄마가 구해줄게.” 혜자는 울며 몸부림쳤다. 여경들이 몰려와 혜자의 팔을 꺾고 입을 틀어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