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류현경] 누가 그녀에게 물 좀 주소
2009-06-19
글 : 이주현
사진 : 이혜정
<물좀주소>의 류현경

<물좀주소>의 엔딩신.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무대 위에선 선주(류현경)가 한대수의 <물좀주소>를 열창한다. 가난을 짊어진 스무살 미혼모의 얼굴은 희열에 찬 로커의 얼굴이 된다. 인터뷰 당일에도 비가 왔다. 류현경은 물빠진 스키니진에 검정색 워커를 신고 갓 데뷔한 로커 같은 모습으로 들어섰다. 영화 속 선주와 마주하는 듯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2년 만에 개봉했지만 류현경의 얼굴에는 아직 선주의 얼굴이 남아 있다. 촬영을 2주 앞두고 급하게 여배우를 물색해야 했던 홍현기 감독도 “생활력 강하고 뭐든 열심히 하며 배우라고 잘난 체하지 않는” 류현경의 모습과 선주가 그대로 오버랩됐을 것이다.

류현경은 영화에서 많은 걸 보여준다. 내레이터 모델이 되어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룸살롱 ‘언니’가 되기도 하고, 발레를 선보이기도 하며, 갓난아이에게 젖도 물린다. 찍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모유 수유 장면이다. “아기가 다른 사람 젖을 잘 안 물어서 촬영하며 힘들었는데 결국 아기가 잘 때 먹이는 척하며 찍었어요. 기분이 참 묘했어요. 엄마가 된 것도 같았고.” 배우로서 폭넓은 연기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 영화 속 힘없는 캐릭터들에게 “뭔가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기에 선주를 연기하면서 힘들기보다는 즐거웠다고.

촬영현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자처한다. “현장이 너무 좋아요. 모두가 가족 같아서 혼자 막 까불고 그래요. 어릴 때부터 현장에서 많이 생활해서 그런가봐요.” 류현경은 1996년에 드라마 <곰탕>에서 김혜수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데뷔했다. <깊은 슬픔>(1997), <태양은 없다>(1999), <마요네즈>(1999), <비천무>(2000), <동해물과 백두산이>(2003) 등 영화에서, <단팥빵> <일단 뛰어> <떼루아> 등의 드라마에서 현장 경험만 13년을 쌓은 셈이다. <신기전>을 찍으면서는 아버지뻘인 김유진 감독과 “제일 친한 술친구, 베스트 프렌드”가 되기도 했다. 누구와 함께 연기해도 쉽게 주눅 들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류현경의 다음 작품은 미정이다. 다만 평생 연기하겠다고 했으니 곧 어디서든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녀. 자신을 한껏 낮춰 (충무로를 향해) 한마디한다. “여러 가지로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그냥 쓰세요!” 그녀는 목마르다. 누가 그녀에게 ‘물 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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