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딸 같은 그녀와의 첫 데이트
2009-06-23
사진 : 최성열
글 : 김성훈
안성기·이하나 주연의 <페어러브> 강화 촬영현장

“제작부, 해 좀 묶어놔요.”

구름 한점 없는, 그래서 광량이 풍부한 하늘을 보고 신연식 감독이 말한다. 하늘도 마지막 촬영을 축하하는 것일까. “긴팔 입어도 몸이 오돌오돌 떨릴 정도로 추웠다”는 전날의 날씨는 온데간데없다. 그래서인지 두달 동안 동고동락하며 산전수전 다 겪었던 스탭들도 덩달아 화기애애해지는 건 당연지사. 물 빠진 개펄에 짠내 묻은 초여름 바람이 불어오는, 6월11일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안성기, 이하나 주연의 멜로드라마 <페어러브>가 이곳에 마지막 여장을 풀었다. “쫑”날인 만큼 여유도 이만한 여유가 없다. 감독은 해변에 서 있는 안성기를 위해 “선배님께 소파 좀 갖다드려라”며 농을 던지는가 하면, 촬영부 퍼스트는 카메라 앞에서 코믹한 율동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이날은 그간의 모든 피로가 싹 가시는, 보람된 날이다. 그제야 “여기야, 여기”라며 감독이 카메라 위치를 잡자 안성기가 말한다. “야야, 우리 비비빅바(아이스크림) 먹고 찍자!”

이날 촬영은 형만(안성기)과 남은(이하나)이 20살이 넘는 나이 차를 극복하고 해변가에서 첫 데이트를 하는 장면. 촬영 마지막 날에 “감독이 시나리오를 처음 쓴” 곳에서 ‘첫 데이트 장면’ 촬영이라니. 꽤 의미심장해 보인다. 그래서 감독은 단순히 걷는 방향에도 일일이 캐릭터를 염두에 둔다. “둘이 나란히 걷지 말고. 형만은 직선으로, 남은은 지그재그로. 단, 남은이가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돼.” 그도 그럴 것이 “결혼은커녕 연애도 제대로 못해본” 형만에게 죽은 친구의 딸인 남은은 아무래도 어색하고 조심스러울 것이다. <좋은 배우>로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이번이 “첫 상업영화”라는 신연식 감독은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히 감정이 소모되는 멜로영화가 아니다. 자기 세계에 갇힌 형만이 남은이라는 여자의 예기치 않은 등장으로 인해 그 세계를 깨고 나오는 성장영화”라고 말한다. 과연 형만과 남은, 이 둘은 해변가에서의 저 다정한 표정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올가을경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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