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윤상현] 이제야 정글에 나왔다
2009-06-29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겨울새> <크크섬의 비밀> <내조의 여왕>, 성장해가는 연기자 윤상현

하반기 드라마 중 80%의 대본이 이 남자를 거쳐갔다. 한해 드라마에서 배출되는 무수한 실장(<내조의 여왕>의 ‘사장’은 드라마 실장과 거의 같은 범주의 캐릭터라 실장으로 통칭한다)들 중 이 남자가 1등 했다. 무데뽀이고 엉뚱하지만 의외로 순정파인 실장 ‘태봉’은 <내조의 여왕>의 핵이었다. 말투도, 품새도, 헤어스타일도, 의상 컨셉도 어느 하나 화제가 되지 않은 것이 없다. 태봉이 등장하는 순간 모두가 그를 주목했고, 태봉이 던지는 농담에 마냥 즐거워했다. 애초의 대본에 수정이 가해지고 태봉을 중심으로 한 연애 플롯이 드라마의 한축으로 자리잡았다. 고등학생도, 아줌마도 콧소리를 섞어가며 ‘태봉씨~’를 부르느라 바빴다. 그리고, 윤.상.현.이라는 미지의 배우로 남고 말았을 이름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조금 독특한 배우로 통했던 남자, 나이는 좀 먹은 것 같으니 어쩌면 연극하다가 왔을지도 모른다고 추측을 샀던 남자. 고만고만한 로맨틱 코믹물에 등장해서 ‘그 남자’로만 지칭됐던 그의 이름이 이젠 스타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겨울새>와 <크크섬의 비밀>에서의 인상적인 연기가 ‘윤상현’이라는 이름 석자로 꿰맞춰지기 시작했다. 윤상현의 모든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겹치기 출연으로 비난받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다.
=당분간 나 혼자만의 생활을 좀 해야겠다. 안 그러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웃음)

-그래도 쇄도하는 인터뷰, 이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면 꿈꿨을 결과다.
=난 뜰 그런 것도 없었다. 이쪽 일 하면서 ‘난 꼭 떠야지’ 이런 생각 전혀 없었다. 어느 정도 연기 하면서 나이먹어서까지 쭉 길게 하면 된다 정도였다. 확 떠서 ‘하하하, 제가 이 정도예요. 보셨죠’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거다.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나. 난 그만큼 노력을 했다. <내조의 여왕>만 해도 엄청나게 노력했다.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딱히 노력이라기보다 <내조의 여왕>의 태봉은 오히려 몸에 밴 연기 같더라.
=몸에 밴 건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 나 역시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내가 낯을 좀 많이 가려서 누가 나를 불편해하면 못 견딘다. 감독이 내 연기에 제재를 가하면 또 연기를 못한다. 그런데 <내조의 여왕>에서 (김)남주 누님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하는데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기더라. 감독님이 ‘어 좋아, 오케이 굿! 굿!’ 하시는 거다. ‘이게 굿이야?!, 아 이런 걸 바라신 거구나.’ 태봉의 풀어진 연기를 좋아하시더라. 그때부터 촬영이 편해졌다.

-사실 태봉도 전형적인 실장 캐릭터와 다르지 않았을 텐데, 그걸 뒤바꿨다. 확실한 반전이다.
=<겨울새> 들어오기 전에 아무 일도 없을 때, 그때부터 매니저에게 난 실장 역은 이제 하지 않을 거라고 선언했다. 실장 역할은 정말이지 3개월에 한번씩 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으면 모르겠는데 나이들어서 하려니 영 안 맞더라. 사실 실장 역이 뭐 어렵나. 눈 똑바로 뜨고 멋있게 이리 와 저리 가 하면 된다. 근데 난 못하겠더라. 배우 울렁증까지 있어서 촬영장 가는 것도 싫었고, 안 맞는 감독 걸려서 동네북처럼 만날 욕도 먹었다. 그런 게 겹치니까 실장 역은 하기 싫더라. 근데 계속 쉬다보니 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좀 다른 실장을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태봉이는 원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나보다.
=처음엔 없었다. 감독님, 작가님도 ‘태준’보다는 약간 풀어진 정도로 해달라시더라. 박신양씨나 현빈씨가 했던 그런 실장을 말하시는 것 같은데, 난 그걸 왜 따라하나 싶더라. 좀 다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서 놀기로 했다. 태준이 정극에 맞춰 갖춰진 연기를 하는 대신 태봉에게 그런 자유를 몰아준 거다. 태봉 신은 그래서 거의 남주 누님과 만담하는 장면처럼 됐다.

-태봉의 파워, 본인은 예상했나.
=기대도 안 했다. 그냥 하다보면 16부 끝나겠지 정도였다. <크크섬의 비밀>이 지난해 10월에 끝났고 중간에 드라마도 안돼 태봉 정도면 역할도 멋있고 나쁘지 않아서 한 거다. 신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래도 멋있는 역할이니 밑지지는 않겠더라. 그래서 한 건데, 오지호한테 이상한 눈빛이나 받고. (웃음)

-그러게 말이다. 오지호같이 멋진 배우가 있는데도 결과적으로 태봉이가 기선을 제압했다.
=오지호는 최고다. 딱 보고 깜짝 놀랐다. ‘와, 열라 멋있어. 난 관심도 못 받겠구나. 에이, 그냥 해야지’ 그랬다. 근데 감독님이 드라마 초반부터 날 엄청 쪼더라. 이 드라마는 태봉이가 떠야지 뜨는 거다라면서. 처음엔 “알았어요, 알았어. 열심히 할게” 하고 대답만 했는데. 어느 순간 연기가 자연스러워지고 촬영장에 가면 사람들이 날 빙 둘러싸고 있게 됐다.

-그냥 된 건 아닐 테고. 열심히 했다고 하지 않았나. 혹시 기준으로 삼은 모델이 있었나.
=실장 역할은 기존에 내가 했던 역할을 거의 그대로 했다. 거기서 조금 풀어서 태봉을 하려는데 부자연스럽고 재미없더라. 그래서 내 평소 모습과 비슷하게 태봉을 해버렸다. 지금 나랑 이야기해보니 태봉과 비슷한 느낌 못 받았나? 태봉이가 거의 나다.

-주도권이 바뀐 건 언제부터인가. 대본에 수정이 가해지던가.
=그럼. 많이 늘어났다. 10신을 넘으면 안되는데 21신이 나오고 그랬다. <겨울새> 때도 그랬다. 원래 ‘주경우’신이 그렇게 많으면 안되는데 뒤로 갈수록 신이 늘어났다. <크크섬의 비밀> 때도 신 과장이 주인공인데 뒤로 갈수록 윤 대리가 엔딩을 짚고 끝냈지 않나. 주위에서 그래서 날 두고, ‘남자주인공 잡아먹는 배우’라 그런다. 그래서 남자배우들이 나를 싫어한다. 난 그냥 내 역할에 맞게 감정이입할 뿐인데 왜 그런 거지. (웃음)

-정말 비결이 뭔가.
=근데 내가 카메라 앞에만 서면 120%까지 뿜어내야 하는 스타일이다. 생각대로 안되면 ‘다시 할게요’하고, 감정이 안 잡히면 좀 쉬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풀고 간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전형적인 역할인데도 윤상현이 해석한 독특한 캐릭터가 탄생하나보다. <겨울새>의 마마보이 주경우부터 눈여겨본 팬들이 많았다.
=그것 봐라. 그땐 몰랐지만 <내조의 여왕>이 잘되고 나니까 사람들이 <겨울새> 이야기를 빠지지 않고 한다. 요즘 <겨울새>가 재방송을 하는데 내가 내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나 잘했구나.’ (웃음)

-주경우야말로 흔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원래 마마보이 설정이었나.
=아니다. <겨울새>가 시청률 5%였던 드라마 후속타였는데 또 우중충한 스토리는 안되겠더라. 그래서 내가 감독님께 ‘나 마마보이처럼 하면 안될까요? 애처럼’하고 제안했다. 근데 짬밥이 3년밖에 안된 내가 말하니 잘 안 먹히더라. 다행히 상대역인 박선영씨가 재밌겠다고 거들어줘서, 그럼 한번 해봐라 하시더라. 방송되고 반응이 좋으니 그때부터 믿으시더라. <크크섬의 비밀> 때도 감독님이 <겨울새>야 우연히 그렇게 했겠지 하면서 나한테 윤 대리를 맡기지 않더니 촬영하면서 그제야 불신이 사라지더라.

-거의 디렉터의 입장으로 캐릭터를 분석한다.
=이 캐릭터가 전체적으로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이고 뭘해야 하는지 파악을 한다. 근 3개월 이상을 그 캐릭터가 되어 생각하면 평소에도 그 캐릭터의 모습이 나온다. 몰입하다보면 그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고 대본에 나온 그 사람처럼 되는 거다. 얼마만큼 몰입하냐에 따라 자연스러움의 정도도 달라진다.

-몰입하는 데 특별한 수단이 있나.
=특별히 수를 쓰는 게 아니다. 자꾸 상상을 하고 생각을 한다. 태준이를 연기한다면 그냥 바로 사장인 현재의 시각으로 태준을 보는 게 아니라 얘는 어렸을 때 어떻게 자랐고 엄마한테는 어떻게 했을까 전사를 막 생각하는 거다.

-꾸밈없이 동화된 연기의 비결이 그거였다.
=아무래도 내가 대한민국 연기의 판도를 바꿔버릴 거 같다. 연기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이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연기 테크닉, 이론 같은 건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으로밖에 안 들린다. 난 누가 조언을 해주면 들을 것만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다. 내 나름의 연기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재차 말하지만 중요한 건 몰입이다. 몰입만 하면 그 사람이 된다. 그럼 다 나온다.

-늦게 연기를 시작해서 그런 주관이 생길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시기보다는 배우에게 필요한 건 상상력이다. 난 옛날부터 별의별 상상을 다 했다. 외계인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가 망하면 어떻게 하지, 혼자 도망가야 하나, 가족을 데리고 도망가야 하나. 그 장면들이 머릿속으로 막 그려진다. 과학상상 그리기 대회 같은 데 가면 꼭 상 받는 학생이었다.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친구가 없다던데. (웃음)
=그런가보다. 친구가 4~5명밖에 없다. 친하긴 한데 난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학창 시절부터 혼자 있고, CD, 테이프 사서 가사 외우고 그랬다. 게다가 요즘은 술도 아예 끊어버려서 거의 혼자서 지낸다.

-미모로 따지면 꽤 주목받는 유년기를 보냈을 것 같다.
=잘생겼다 주목받기에는 어릴 때부터 내 행동이 너무 이상했다. 음악밖에 몰랐다. 학교 다닐 때도 버스에 타고서도 이어폰 끼고 하도 노래를 부르니까 친구가 여고 애들이 다 듣는다고 말리고 그랬다. ‘쟤는 이상해’가 수식어였다.

-어떤 음악에 그렇게 매료됐었나.
=고등학생 때는 흑인 음악을 많이 들었다. 바닐라 아이스, 엠시 헤머, 바비 브라운 같은 랩을 즐겨들었고 졸업하고서부터는 애시드 재즈부터 하드록, 펑키, 헤비메탈까지 가리지 않고 들었다. 특정 장르를 떠나 멜로디가 귀에 들어오면 다 좋다. 음악 들으러 홍대 클럽가서 죽치고 있는 게 내 생활이었다. 지하 클럽에서 맥주 한병 시켜놓고 거기 모인 형들이랑 친해져서 음악 이야기하고.

-그렇게 좋은 걸 음반은 왜 안 낸 건가. 기회가 없진 않았을 텐데.
=90년대 초반엔 지금처럼 인터넷이 대중화되지 않았다. 오디션도 많이 봤는데 가면 떨어지고 또 가면 떨어지고 그랬다. 지금은 나이도 먹고 이 바닥 생활이 5년이라 뻔뻔해졌지만 원래 긴장을 워낙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가수의 꿈은 접고, 외모도 되니 배우를 지원한 건가.
=난 내가 특출나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다. 모델을 하고 싶은 생각도, 광고를 찍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오로지 무대에서 노래 한번 불러보고 싶어서 계약을 한 거다. 음반 내고 무대에서 마이크 잡고 노래 한번 해보면 다른 건 다 상관없었다. 왜, 난 고깃집을 하려고 했었으니까. 연기는 딱히 내 몸에 맞지도 않고 난 멋있지도 않은데 실장 역할만 계속 들어오고 그러니 ‘에이, 빨리 끝내고 고깃집이나 해야겠다’ 한 거다. 지금은 산지직송이 너무 늘어서 사업성이 없고 다시 한다면 미용실을 할 거 같다.

-미용실은 왜.
=원래 미용에 관심이 많다. 군대 있을 때 선임병한테 바리깡을 전수받아서 내무반 친구 머리 다 깎아줬다. 그러다 소문이 나서 딴 내무반 고참까지 나에게 와서 다 깎고 갔다. 그것 때문에 포상휴가도 나오고 그랬다. 사람들이 기무라 다쿠야 닮았다기에 그가 출연한 <뷰티풀 라이프>를 봤더니 기무라 다쿠야도 미용사로 나오는 거다.(웃음) 요즘은 아버지도 직접 깎아드리고 하는데 시간나는 대로 자격증 따서 일본이나 영국으로 공부하러 갔다오고 싶다.

-그 정도 관심이면 캐릭터 스타일도 잡겠다. 태봉씨 헤어도 멋지던데.
=<겨울새>랑 <크크섬의 비밀>은 내가 다 잡았다. 이번엔 멋있게 해야 한다기에 의상 코디와 미용사가 붙었다. 내가 워낙 전문가니 헤어디자이너는 나한테 많이 혼났다. (웃음)

-다시 또 오지호를 걸고넘어갈 수밖에 없다. 오지호보다 멋있었다.
=오지호는 따라올 수가 없다. 흐흐흐. 이건 쓰면 안된다. 이러다 타이틀로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오지호는 따라올 수 없는 캐릭터 태봉.’

-미용 기술 말고 다른 취미는 없나.
=혼자 산타는 게 낙이다. 바위 틈에서 자라난 소나무를 보면 너무 경이롭다.

-나이에 비해 꽤 조숙한 취미다.
=원래는 산에 잘 안 갔었다. 산도 싫어하고 운동도 싫어하고. 그런데 몇해 전 아버님이 쓰러지고 개인적으로도 회사와도 안 좋은 일이 너무 많았다. 술, 담배의 나날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내 얼굴이 완전 쓰레기더라. 내가 명색이 가장인데 아버지도 편찮으시고 어머니도 병원 다니시느라 힘든데 술 마시고 방탕할 때가 아니더라. 그때부터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엔 조깅으로 시작하다가 혼자 땀복 입고 등산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몸에 변화가 오고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더라. 자연이 나한테 많은 걸 일깨워줬다. 그러다 <겨울새> 들어와서 대본 외우면서 등산했다. 소나무랑 아카시아 나무랑 대사 치면서.

-배우 얼굴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나보다.
=난 배우 얼굴 그런 거 모른다. 드라마 하나 찍으면 돈 괜찮게 들어오니까. 먹고는 살아야겠고 이제 아버지한테 기댈 수도 없고 가장이니 결혼도 해야 하고. 그러니 이걸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데 산을 오르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인생관이 바뀌었다. 인생이 이거야, 이렇게 살아야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럼 연기는 생계이고 언제고 본연의 꿈이었던 음악을 할 수도 있는 건가.
=그렇진 않다. 지금은 배우로서 나를 사랑해준 시청자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 시청자가 내가 한 캐릭터로 드라마로 행복하다고 하는 반응을 보면서 거기 보답을 하고 싶더라. 다른 성공한 스타들처럼 작품 하나 잘되면 CF 찍고 몇년 있다 나오고 그러고 싶지 않더라. 이 드라마를 통해서 나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를 알았기 때문에 나이 더 먹기 전에 좀더 발전시켜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늦게 찾아온 기회지만 이 기간에 멋있는 역할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좀 있으면 삼촌 역할, 아빠 역할 해야 하잖나.

-그러게. 실장 역도 정년이 있을 테니.
=그렇다고 조급하진 않다. 늦게 시작한 거 치고 지금도 빨리 된 거라고 생각한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매니저랑 10년 정도 생각했는데 5년째 이렇게 알려진 거다. (웃음)

-요즘도 산에 가나.
=분장하고 간다. 모자 쓰고 선글라스에 마스크도 하고 간다. 근데 아줌마들은 왜 그렇게 눈썰미가 좋은지. 태를 아나보다 몸태를. 얼마 전엔 알아보는 통에 힘든데도 막 뛰어올라갔다.

-주로 어느 산엘 가나. 태봉 따라잡기 산악모임이라도 만들어야겠다.
=주말엔 의정부쪽에 있는 감악산에 다녀왔다. 아기자기한 산이라 거길 좋아한다. 근데 산을 지정하고 가진 않고 지도책 펴놓고 마음 내키는 대로 간다. 산 주위에 사찰이나 강이 있으면 낚시 도구도 챙겨가서 낚시도 하고, 날 좋으면 텐트 치고 자고 온다. 그럼 기분이 쏵 풀린다.

-참 초절약형 여가, 레저, 몸관리다.
=돈은 원래부터 안 썼다. 게다가 지금은 결혼해야 하니까 집 살 돈도 모으고 그래야 한다. 아버님이 아프면서 내게 큰 걸 주신 것 같다. 열심히 사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혼자 등산, 여행 다니면서 이를 꽉 물고 다짐한 것들이 있어서 그걸 놓치고 싶지 않다.

-의도는 안 했지만 대기만성형 배우가 됐다.
=젊었을 때 혈기왕성할 때 됐으면 앞뒤 안 가리고 그 순간만 즐기고 그랬을 텐데 오히려 늦게 시작해서 늦게 돼서 다행인 것 같다. 주위의 칭찬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딴 드라마 때처럼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반응이 좋네 이 정도지, 어깨에 뽕 넣고 벽돌 500장 얹고 다니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준비해둔 게 많아서 무기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다. 이거 다 못 보여주고 인생 마감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조금만 기다려라. 태봉이 캐릭터를 시청자가 워낙 좋아하셔서 그런 밝은 캐릭터를 몇 작품 더 할 거다. 지금 기획 중인데 8~9월 되면 아실 거다. 이제부터 내가 카메라 앞에서 노는 게 어떤 건지 보게 될 거다.

-성공한 이미지를 재차 반복하는 건 좀 우려스럽다.
=그런 걱정 하는 사람들은 걱정하도록 놔둬라. 일단 드라마가 재밌으면 그런 우려도 없어질 거다.

-점점 궁금하다. 힌트 없나.
=힌트? 보면 즐거울 드라마다. 일단 <내조의 여왕>보다 더 재밌다. 그리고 주인공이라 <내조의 여왕>보다 많이 나온다는 거. 진짜 배우로 숙성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도 배우이지 않나.
=아니다. 지금은 메주를 쑤어 건조시키는 상태다. 간장 담그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한다. 점쟁이도 그러더라. 온실에 있다가 이제 막 정글로 나왔다고.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