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Decision)과 주저(Hesitation) 사이. 영단어 퍼즐을 만지작거리는 재혁은 단호하다. 마음의 일렁임이 어느 정도일진 모르나 미소엔 떨림 하나 없다. 혼란스러워하는 여자친구를 잠시 과거로 보내고 그는 생각한다. 앙금이 남은 현재보단 실패라도 깨끗해진 시간이 좋다고. 송중기의 말끔한 얼굴이 빛나는 순간이다. <오감도> 중 오기환 감독이 연출한 <순간을 믿어요> 편의 재혁을 연기한 건 송중기다. 1985년생. 올해로 나이 스물다섯. 깨끗하게 떨어지는 동안이 잡음 하나 없는 그의 행동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 간단명료함은 <트리플>의 지풍호 캐릭터로 이어진다. 직설적이고 명랑하며 쾌활한 지풍호는 겉보기엔 180도 달라 보여도 재혁의 올곧은 마음과 통하는 구석이 많다. 단순하긴 하나 이하루에 대한 마음은 쓸모없는 곡선 없이 반듯하다.
송중기의 시작은 2008년 주말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이었다. 그리고 그는 영화 <쌍화점>을 찍었다. 해를 넘겨서는 <오감도>와 홍기선 감독의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을 마쳤고, 지금은 미니시리즈 <트리플>을 찍는다. 그는 1년 동안 명확하게 한 걸음씩 찍어왔다. 짧지만 알차게 느껴지는 발걸음이다. 액션에서 멜로, 그리고 본인 스스로 격한 연기였다 말하는 <이태원 살인사건>까지 충실한 학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탄탄한 결단력도 지녔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3학년 즈음 막연하게 가졌던 꿈을 크게 한뼘 확장시켰다. 월세를 빼 연기학원에 등록했고 반대하던 아버지도 설득했다. 그렇게 배우를 시작했다. 중학생 때엔 부상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오래 하던 스케이팅을 관두기도 했던 그다. 앳돼 보이지만 운동선수의 진득함을 가졌다. 연기도, 사랑도, 미래도 서두르지 않는다. 불필요한 무게는 덜고 순간에 충실하는 모습이랄까. 그게 송중기의 얼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