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두번째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2009-07-28
사진 : 최성열
글 : 김성훈
부산-삿포로 영상위 첫 지원작, <이파네마 소년> 촬영현장

“오 그러나, 나는 그를 안타깝게 쳐다볼 뿐이죠./ 어떻게 그 소년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네, 전 내 마음을 기꺼이 주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그 소년은 이 바다에 나타날 때마다/ 그냥 앞만 보고 걸어요, 난 쳐다보지도 않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보사노바곡인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의 한 구절이다. 짝사랑 중인 소녀의 설렘과 간절함이 조빔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촉촉이 묻어 있다. 그만큼 존재를 인정받고, 사랑하고 싶다는 것. 그런 찰나가, 이미 각기 다른 첫사랑을 겪은 소년과 소녀가 우연히 해변에서 만나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인, 제목부터 비슷한 김기훈 감독의 <이파네마 소년>에도 존재한다.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되고 끝나는 장소가 바로 해변이다. 하지만 해변은 소년과 소녀를 쉽게 이어주고 싶은 생각은 없는 듯하다. 소년과 소녀가 스윙댄스를 춰야 할 7월16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풍경은 처참했다.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 그곳의 백사장은 움푹 패어 있었고, 나뭇가지들은 여기저기 부러져 있었다. 그 매정한 환경 탓에 두 남녀의 춤은 미뤄지고, 또다시 숨고 드러나는 장면이 반복된다. 해변을 걷다 음료수를 사러 간 소녀는 소년을 놀라게 하기 위해 몰래 숨고, 소년은 소녀가 과거의 연인처럼 사라진 게 아닌가 걱정한다.

“의도적으로 보는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소년의 위치를) 확인하는 거지.” 소녀 역의 김민지 옆에서 김기훈 감독은 직접 건너편 소년 역의 이혁수를 바라보는 연기를 해보인다. 감독의 연기 지시는 직접적이고 간결하다. “아무래도 두 배우가 신인이다 보니 (연기 지시가) 구체적이고 쉬워야 한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첫사랑도 중요하지만, 그 뒤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중요하다”는 게 감독의 연출 의도다. 부산영상위원회와 삿포로영상위원회간의 영상산업교류 MOU 체결 첫 지원작인 <이파네마 소년>은 7월 말까지 촬영한 뒤, 12월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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