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자: 오세훈 서울시장
영화명: <로마의 휴일>
지난 8월1일 개방한 광화문 광장의 폭은 34m, 길이는 557m다. 광장 양끝의 ‘역사물길’, 꽃값만 1억1226만8500원이 든다는 2771제곱미터짜리 플라워카펫, 충무공의 기상을 기린다는 뜬금없는 이름의 ‘12.23 분수’ 등이 볼거리라고 한다. 오세훈 시장은 “역사적 상징 공간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단 1년3개월 만에 445억원원을 들여 급하게 조성된 그 공간에선, 관공서 주도의 촌스러운 미감과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과시함으로써 문제 많은 현 정권을 그 속에 은근슬쩍 녹여넣으려는 듯한 꼼수가 두드러지게 눈에 띌 뿐이다.
지난 3일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 광장 조례’ 규탄 기자회견을 하던 10여명은 즉시 연행됐다. 한마디로 서울시와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집시법 규정 해석에 따라 광화문 광장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가 구분된다는 것. 그에 대해 항의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대체 그렇게 군중이 무서우면 왜 광장을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 과연 역사적 자긍심을 살리는 길이 계절마다 막대한 돈을 들여야 하는 인공적인 꽃밭과 분수 외에는 없을까? 스페인 광장을 단숨에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띄운 <로마의 휴일> 같은 영화는 한국에서 영영 불가능할 것이야. 트랜스포머 차벽의 위용을 과시하는 <트랜스포머 인 코리아>라면 또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