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베이징] 홍콩영화, 먹어도 먹지 않은 듯
2009-08-19
글 : 안재민 (베이징 통신원)

모처럼 홍콩영화가 중국 극장가에서 선전 중이다. 유위강 감독과 함께 <무간도> 시리즈, <이니셜 D> 등의 영화를 만들어왔던 맥조휘, 장문강 두 사람이 연출한 <절청풍운>(OVERHEARD)이 지난 한주 동안 할리우드영화를 포함한 전체 박스오피스 집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절청풍운>은 경제사범을 도청하던 경찰들이 주식 조작 정보를 우연히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일요일 늦은 오후에 베이징 서쪽에 위치한 진이 국제극장을 찾은 대학원생 왕동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영화를 본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유청운이라는 배우가 나오기 때문이다. 홍콩영화는 누가 출연하는지만 봐도 대충 내용을 짐작하는데, 유청운에게는 그런 전형적인 이미지가 없어서 좋다.

-이 영화에서 유청운은 어떤 이미지였나.
=굉장히 모순된 캐릭터다. 사명감 강한 경찰로 동료들과 의리도 두텁다. 계속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데 어쩌다보니 동료의 부인과 동거하게 되고, 친구들도 다 팔아먹는다. 정말 비전형적이다. (웃음)

-영화는 어땠나.
=영화를 보고 나서 어딘지 모르게 종잡을 수 없는 불분명한 느낌이 남는다. 경찰과 범죄자간의 대결 구도이면서도 인물간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을 가진 경찰들도 자본과 권력 중심 구조의 부조리한 사회에서 별수없이 한 인간으로서 갈등하고 변모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홍콩영화라…. 중국 사람한테서는 굉장히 오랜만에 듣는 얘기다.
=캐릭터와 영화의 주제가 맞물리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말이 안된다. 요새 홍콩영화는 딱 두 부류다. 아예 황당하든지 아니면 이 영화처럼 장르를 모호하게 걸치든지. 웃겨야 할 때 웃기고 비장할 때 비장해야 하는데, 그 조절을 제대로 못하니까 진지한 장면에서 관객에게 비웃음만 사는 거다.

-유난히 중국 사람들이 홍콩영화를 더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나.
=음… 그럴 수도 있겠다.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홍콩은 중국과 달리 밀집되고, 성장이 정점에 다다른 곳이다. 그래서 공장처럼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조정된다. 그런데 중국은 농촌부터 도시까지 전부 제 각각인 재래시장 같은 곳이다. 재래시장 음식만 먹던 사람이 공장에서 나온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처음에는 좋아하다가도 금방 질리고, 결국은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게 느낀다. 아마도 이런 이유인 것 같다. 이해가 되나?

-대충 알 것도 같다. 그런데 당신의 비유대로라면 재래시장 음식이 더 좋은 것이라는 얘기인데, 그게 맞나.
=글쎄 음식이야 입맛대로 먹는 거니까 꼭 그렇게 얘기할 수만도 없다. 재래시장 음식도 잘 골라먹어야 한다. 불량식품이 아주 많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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