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중국 식당에 갈 때마다 저 햄릿의 화두에 빠진다. ‘자장면이냐, 짬뽕이냐’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여기에 볶음밥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난맥의 질곡에 빠질 수밖에.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해결한답시고 ‘짬짜면’이나 ‘볶짜면’이 등장했는데, 난 이거야말로 퓨전도 양수겸장도 아닌 최악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이도저도 아닌 어수룩한 문어발이 아닌가. 연애는 양다리를 걸쳐도 메뉴는 확실한 게 좋지 않을까.
‘식신’으로 등장하는 주성치가 볶음밥에 대해 일장 설파하시는데, “밥알에 수분이 없어야 제대로 된 볶음밥이다”. 그게 그렇다. 입안이 건조해질 만큼 센불에 확 볶아 수분을 말려버릴 듯한 볶음밥이라야 진짜다. 볶짜면으로는 절대 이 맛을 낼 수 없다는 말씀. 건조한 불맛 볶음밥이 그리워 투덜거려봤다.
<식신> 오프닝에 무심한 듯 등장하는 강추장면도 놓치지 마시라. 기름에 튀기듯 지지는 계란프라이다. 간단한 프라이조차 호쾌하게 튀겨버리는 게 중국 요리의 에너지고, 주성치는 그걸 보여주고 싶어서 불도장도, 만한전석도 아닌 소박한 프라이를 오프닝에 끼워넣은 것이 아닐까 싶다. 중국 요리는 불의 요리라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을 테고.
주성치의 말도 많은 비급(B급) 정신을 요리로 풀어낸다. 성공한 인물의 몰락, 와신상담, 화려한 복귀라는 홍콩영화의 무협지적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 결말이 뻔히 보이지만, 누가 이런 영화를 감동의 대서사시로 기대하겠는가. 수박이나 자르며 혼자 골방에서 킥킥거리기 딱 좋다. 나는 왕가위나 오우삼 같은, 옆구리가 간질간질해지는 과장된 비장미보다는 주성치의 웃음 유발 공식이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이다. <소림축구> <쿵푸허슬>을 통해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는 주성치식 유머의 출발점을 확인하려면 꼭 봐야 할 영화.
홍콩 최고의 요리사이자 식신(食神)인 주성치. 그는 교만하고 남에게 인자하지 못한 인물이다. 그러던 그는 참담한 배신을 맞게 되고, 결국 소림사에 들어가 요리 무예를 익혀 요리계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된다. <소림축구>에서 보여주던 무예와 ‘무엇‘의 결합은 이미 이때 시작된다. 완자가 탄력이 넘쳐 생고무공처럼 통통 튀는 따위의 설정은 눈을 즐겁게 한다. 소림사의 대빵 스님으로 나오는 유이달의 연기와 망가진 막문위를 보는 재미도 있다. 근데 막문위가 미녀가 되는 설정은 좀, 뻔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