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영화명: <그랜 토리노>
아마도 그분의 마지막 모습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리던 그 한컷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지난 8월18일 오후 1시43분, 김대중 전 대통령이 86살을 일기로 서거했다. 지난 50여년 영욕의 세월 동안 사형선고, 투옥, 망명, 가택연금 등을 이겨내며 민주화 투쟁의 길을 걸어왔고 결국 1997년 대선에서 당선돼 제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남북 화해의 길을 열었고,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국민들이 대부분의 정치인들에게 냉소와 분노로 일관하더라도, 그에게만큼은 진심어린 존경을 바쳤던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국민은 지금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후퇴하고 서민경제가 전례없이 빈부격차가 강화돼 어려움 속에 살고 있다”고 역설했고, 6월11일에는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랜 토리노>에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했고 결국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했던 노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김 전 대통령과 겹쳐 보인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머리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