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spot] 그리스 신들에게 허락받았다
2009-08-27
글 : 장미
<나의 로맨틱 가이드>의 니아 바르달로스

니아 바르달로스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으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다. 촌스러운 그리스 노처녀가 벌이는 연애 행각은 전지구적인 호평을 이끌어냈고, 니아 바르달로스는 파르테논에 맞먹지는 않더라도 그에 준할 만큼의 유명세를 얻었다. <나의 로맨틱 가이드>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과 여러모로 닮은 로맨틱코미디다. 니아 바르달로스가 주인공을 맡았고, 그녀는 남자와 같은 침대에 누운 지 오래인 일명 ‘건어물녀’인데다, 배경은 아예 그리스다. 그리스 혈통임을 늘 자랑스럽게 여기던 그녀가 그리스 로케이션을 포함하는 이 특별한 작품에 출연해 어떤 소회를 느꼈을지 궁금했다. 더군다나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하는 것도 모자라 2009년 <나는 밸런타인데이를 싫어해>로 연출 데뷔까지 했다니, 이번 서면 인터뷰는 그녀의 ‘케피’(극중 여러 차례 강조되지만, 그리스어로 ‘열정’)는 어디서 나오는지 질문할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스 여성이 주인공이되 그리스를 직접적인 배경으로 삼은 로맨틱코미디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메가히트 이후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는 세계 모든 시나리오가 내게 온다 싶을 정도로 시나리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3, 4년간 공백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의 근황을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코니 앤드 카를라>(2004) 이후 나는 10년간의 불임치료를 끝내고 슬픔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카메라에서 한동안 떨어져 있긴 했지만 세상을 멀리서, 그리고 관조적으로 보는 법을 배웠고, 조너선 드미, 톰 행크스에게 작업을 의뢰받아 6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몸이 회복될 때쯤 받은 시나리오가 이 영화였는데, 단순히 그리스를 배경으로 해서가 아니라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던 게 먼저였다. 그리스가 배경이라는 건 그 다음 문제였다.

-그리스, 스페인 등지에서 촬영했다. 캐나다 출생이긴 해도 그리스 혈통이니만큼 특별한 경험이었을 텐데.
=너무 좋았다. 실제 유적지에서 촬영한다는 것 자체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신의 가호에 감사드릴 수밖에 없었다.

-아크로폴리스 촬영을 허가받은 두 번째 할리우드영화라던데, 어떻게 성사시켰나.
=그리스에 가서 정부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났고, 수차례 저녁식사를 함께했지만, 그때마다 “미안하다. 허락할 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감독인 도널드 페트리는 “우린 유적을 파괴하지 않는다”고 설득했고, 결국 몇 가지 의견 조율 끝에 촬영을 시작했다. 아테네에서 영화의 프리미어를 가졌는데, 1700명에 이르는 관객 모두가 울고 웃으면서 만족감을 표하더라. 우리 또한 이를 허락한 신들에게 감사드렸다.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 투어리스트로 함께 출연하는데, 특히 리처드 드레이퍼스는 유명한 중견배우이지 않나.
=각본가 마이크 레이스는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부터 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에이전트는 그가 은퇴했다고 말했는데, 어느 날 에이전트와 관계된 다른 사람이 “당신과 리처드 드레이퍼스가 전화 연결됐다”고 알려주더라. 정말로 짜릿한 순간이었다. 영화를 진행하면서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우린 마법에 걸린 것처럼 모든 일을 쉽게 이겨낼 수 있는데, 그 마법이 바로 리처드였다.

-도널드 페트리는 로맨틱코미디를 즐겨 만든 감독이다. 장르에 대한 각별한 노하우가 있었을 텐데.
=작품에 참여하기 전 이미 그가 만들었던 대부분의 로맨틱코미디를 봤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어려움라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도널드는 카메라 밖에서도 우리가 친해질 수 있도록 했고, 연기의 대부분이 이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나왔다. 특히 호주에서 온 커플은 실제 커플인데 모든 연기가 실제 생활이었다. 아주 큰 여름캠프에 온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게 도널드의 의도였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을 제작한 톰 행크스가 다시 제작자로 참여했다.
=우리는 이미 <나의 그리스식 웨딩>을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졌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그리스를 배경으로 <맘마미아!>를 제작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톰 행크스는 마이크 레이스가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합류했는데, 그리스 유적에서의 촬영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리스 정부에 촬영을 허가받을 당시에도 그의 이름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월드스타 아닌가.

-<나는 밸런타인데이를 싫어해>로 연출을 경험했다. 실제로 해보니 어떻던가.
=연출을 겸하는 게 도움이 되리라 믿고, 그러길 희망한다. 내 첫사랑은 연기지만 시나리오를 쓰면서 좀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을 직접 연기할 수 있게 됐다. <나는 밸런타인데이를 싫어해>는 데뷔작이자 저예산영화이기도 한데, 이런 작업을 통해 더욱 좋은 배우가 되리라 믿는다.

-당신 삶의 케피는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힘든 시간을 함께 지난 사랑하는 가족과 내 주변의 모두가 내 삶의 케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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