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도, 호텔에도, 세계육상경기에도, 헬로 키티짱 옆에도, 이 남자가 있습니다. 최근 일본 이곳저곳엔 이 남자의 얼굴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개그 콤비 다운타운의 일원이자 <대일본인>으로 영화감독 데뷔한 마쓰모토 히토시인데요. 그는 두 번째 연출작 <심벌>을 개봉하면서 장르와 업종을 초월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요. 앞머리를 싹둑 자른 채 물방울 무늬가 그려진 노란색 잠옷을 입고 말이죠. 엽기적이지만 귀엽습니다. 이미 다양한 회사에서 그에게 러브콜이 갔다고 하고요. 8월 말부터 그 결과물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습니다.
각종 CF 속 마쓰모토 히토시의 모습은 아주 강렬합니다. 제과업체 에자키그리코와 찍은 스낵 ‘크라츠’의 CF에선 맥주와 스낵을 먹으며 함박웃음을 짓고요, 세계육상경기베를린의 홍보 CF에선 역동적으로 뛰고 구릅니다. 심지어 프린스호텔에서는 <심벌> 체험 플랜을 9월1일부터 한달간 실시한다고 하는데요. 전국 8개 프린스호텔에서 이 요금제를 이용하면 <심벌>에서 마쓰모토 히토시가 입었던 파자마를 입고 잠잘 수 있다고 해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의 국민적인 캐릭터 헬로 키티에서는 물방울 파자마 차림으로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요, 힙합 의류 브랜드 A BATHING APE 또한 마쓰모토 히토시의 이미지를 빌려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쓰모토 히토시는 <대일본인>의 예상외 호평으로 2008년 뜨겁게 떠올랐어요. 워낙 유명한 개그맨이고 이전에도 책을 쓰거나 노래 가사를 지으며 다양한 소질을 보여줬지만 영화감독으로 새롭게 주목받은 거죠.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출품 타이틀이 한몫 거들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제2의 기타노 다케시가 나왔다며 일본 언론이 뜨거웠죠. 그래서 이번 영화 <심벌>에 대한 기대도 매우 높습니다. 영화는 하얀 방에 갇힌 한 남자가 그곳을 탈출하려고 애쓴다는 시놉시스와 예고편, 몇장의 스틸밖에 공개된 게 없는데요. 이미지가 워낙 신선해서 반응이 좋습니다. 정작 마쓰모토 본인은 “탈출을 궁리하던 남자가 사건에 휘말린달까, 아니면 사건을 만든달까…”라며 특유의 농담으로 말을 아끼더군요. 영화의 내용이 어떨지, 과연 <대일본인>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가 일본영화계에 새바람을 불어줄 강력한 캐릭터란 건 확실한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