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 크루즈의, 크루즈를 위한, 크루즈에 의한 영화. <맛을 보여드립니다>는 어떻게 하면 크루즈를 멋지게 보여서 팔아볼까 고민하는 영화다. 극중 크루즈의 TV 요리쇼 담당 국장처럼 말이다. 달고 매콤한 이국적 향수의 요리는 미국인의 미각을 자극한다. 우리가 서양 요리의 소스에 이국의 요리 자극을 받듯이. 이런 미국인의 기호와 크루즈의 방방 뜨던 신선한 매력- 영화의 제작연도가 1999년이니- 을 잡탕찌개처럼 버무려냈다. <맛을 보여드립니다>는 크루즈의 첫 번째 영어권 영화로 스타덤에 오르게 된 발판이 되었다고 한다.
크루즈는 브라질의 한 식당의 요리사. 해안가에 자리한 마을은 마치 미국인의 남방 이국 향수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그게 멕시코든 쿠바든 알 바 아니긴 하겠지만). 파도는 넘실대고 햇살은 작열한다. 늘씬한 혼혈 미인과 감미로운 음악, 여기에 맛있는 남국의 음식이 있는 동네다. 크루즈는 남편 무리뇨 베니시오와 잘 살면서 식당을 꾸린다. 그이의 요리 솜씨는 각별한데, 그 이유는 멀미가 심해 어렸을 때부터 오직 집에서 요리만 배우며 살았기 때문. 그이의 멀미는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로 쓰인다. 멀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전도, 섹스도 자기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웃기는 설정이다. 그 때문에 항상 여성 상위에 질린 남편의 외도를 겪게 되고 크루즈는 어렸을 때부터 가깝게 지냈던 친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무작정 ‘상경’한다.
새로운 도시에서 파트타임 요리 강사로 일하던 중 우연히 TV 프로듀서의 눈에 띈다. 그러고는 TV 요리쇼 진행자로 일약 발탁된다. 미국은 TV 왕국답게 요리도 TV을 통해 해석된다. 수많은 요리 TV쇼가 범람하는 미국에서 크루즈는 ‘대박’을 친다. 오전 시간대의 주부 대상 요리쇼와 달리 늦은 밤 동네 카페에 몰려 있는 남자들을 공략하는 TV쇼다. 자극적인 화면과 크루즈의 매력을 철저하게 파는 연출이 크게 인기를 끈다. 크루즈가 코코넛 밀크를 쥐어짜는 장면은 꽤 육감적이고 섹시해서 중남미 출신 감독의 섹시 코드를 유감없이 즐길 만한 대목. 관능의 절정이 어떻게 요리에도 적용되는지 확인해보시라.
철저하게 환상적인 동화 같은 스토리가 꽤 속도감이 있고, 낄낄거리는 유머(누군가는 어이없어서 웃을지도)도 좀 있다. 이야기의 우연성이 워낙 심해서 ‘에이, 말도 안돼’ 하는 사람도 있겠는데, 그건 감독의 의도이기도 한 듯하다. 어쨌든 뜨거운 코코넛 밀크와 크루즈의 가슴을 함께 보여주는 연출은 좀 심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