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알렉산드로 니볼라] 꼭꼭 숨어라 캐릭터 속으로
2009-09-11
글 : 김도훈
<코코 샤넬>의 알렉산드로 니볼라

알렉산드로 니볼라. 이토록 할리우드적이지 않은 할리우드 배우가 또 있던가. 알렉산드로 니볼라라는 이름에서부터 우리가 상상하게 되는 남자는 안나 카레니나 같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 제정러시아 시대의 귀족이다. 혹시 <코코 샤넬>의 감독이 니볼라를 젊은 샤넬의 연인 보이 카펠로 캐스팅한 것도 그 이름 때문이었을까. 영국인 사업가 보이 카펠은 가난한 코코 샤넬이 파리에 첫 모자가게를 내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샤넬 일생일대의 연인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로맨틱한 역할인데, 심지어 보이 카펠은 샤넬에게 청혼을 하러 남프랑스에 가던 길에 자동차 사고로 요절한다.

알렉산드로 니볼라는 아직까지 꼭꼭 숨겨진 배우다. 그는 오우삼의 <페이스 오프>에서 악당 캐스터(니콜라스 케이지, 혹은 존 트래볼타!)의 동생 역할로 데뷔했다. 얼굴이 기억나는가? 그럴 리가. 그는 <쥬라기 공원3>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익룡들과 맞서는 남자였고, <준벅>에서는 에이미 애덤스의 오빠였다. 아직도 기억이 안 난다면 할리우드판 <디 아이>에서 제시카 알바와 함께 진실을 파헤치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어떤가?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건 알렉산드로 니볼라가 기막히게 역할 속으로 숨어드는 메소드 액터이기 때문일 거다. 니볼라는 말한다. “배우로 일하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전혀 경험하지 않은 종류의 인물 속으로 내 자신을 확장하고 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명백하게, 당신은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삶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연기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알렉산드로 니볼라는 스타덤을 바라는 배우 역시 아니다. 역할에 묻히는 걸 좋아하는 이 남자는 큰 규모의 할리우드영화보다 인디영화들에 출연하는 걸 더 즐기는 편이다. “작은 인디영화는 각 장면의 촬영이 금방 끝나기 때문”이란다. “큰 영화에 출연하면 몇 시간 며칠씩 기다려야만 한다. 촬영에 들어가도 몇번이고 테이크를 반복해서 가야 할 때가 많다. 나는 현장이 빠르게 흘러갈 때가 더 좋다. 첫 번째 테이크가 가장 좋고 점점 나빠지는 배우도 있게 마련이니까.” 참. 그는 레이첼 바이스와 연애를 한 적이 있고 지금은 영국 배우 에밀리 모티머랑 결혼한 상태다. 이름 덕분만은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겠다.

사진제공 GA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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