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세스드> Obsessed
제작연도 2009년 감독 스티브 실 상영시간 108분
화면포맷 2.40: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유이케이화질 ★★★★ 음질 ★★★☆ 부록 ★★☆
대중이 어떤 영화를 사랑할지 예상하기란 힘들다. 비욘세가 등장하는 두편의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말에 미국에서 먼저 개봉된 작품은 <캐딜락 레코드>였다. 전작 <드림걸즈>의 ‘다이애나 로스’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설적인 블루스 가수 에타 제임스로 분한 비욘세의 연기에 대부분의 평론가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영화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관객은 <캐딜락 레코드>를 깡그리 외면하는 대신 평론가들이 악평을 퍼부은 다음 작품 <옵세스드>로 몰려갔다. 평론가 피터 트래버스는 “비욘세, 당신은 <캐딜락 레코드>에서 에타 제임스로서 너무 훌륭했어요. 그런 당신이 왜 싸구려 스릴러에 출연해 모든 걸 망치려는 거죠?”라고 충고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미국의 대중은 평단이 추천한 1950년대 시카고의 음악 이야기보다 LA의 햇살 아래 펼쳐지는 사이코드라마를 더 사랑하기로 했다.
<옵세스드>는 흑인판 <위험한 정사>다. 데릭 찰스는 행복한 남자였다. 매력 넘치는 아내 샤론과 귀여운 아들, 번듯한 금융회사의 부사장 직위, 새로 입주한 교외의 아름다운 집 등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조건을 갖춘 그에게 위기상황이 벌어진다. 어느 날, 데릭은 평소처럼 다정한 미소로 갓 출근한 임시직원을 대하는데, 미모의 여자 리사는 그의 미소를 남다르게 받아들인다. 노골적인 시선으로 호감을 표하던 그녀가 점점 성적으로 과감한 접근을 시도하며 올가미를 치자, 데릭은 당황해 어쩔 줄 모른다. 이후 이야기는 아주 익숙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각본은 스릴러 장르의 규칙을 답습하고 있고, TV물을 주로 연출했던 감독은 끝내 가족용 영화의 영역에 머물며, 배우들 또한 이야기 안에서 안전한 연기만 선보인다. 장르영화이므로 ‘익숙한 방식’ 자체에 시비를 걸 마음은 없다. 문제는 심심하기 그지없는 캐릭터 연출이어서, 안일하고 빤한 인물들의 성격이 좀체 공감을 사지 못한다.
창피한 줄 모르고 세상의 부정적인 면을 품고 있는 <옵세스드>엔 생기란 없으며, 그 점 때문에 인물은 모두 마네킹처럼 평면적이다. 회의 도중 관리자들이 입을 모아 “여직원은 예쁠수록 좋다”고 말하고, 즐기자는 취지하에 회사의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부부동반이 금지되고, 남편은 대학에 가려는 아내에게 아이엄마로 만족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아내는 남편이 남자비서와 일하기만을 원하고, 비서로 일하는 나긋나긋한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게이이고, 젊은 여직원은 직장을 사냥터로 생각하는 존재로 비치고, 성추문을 보고받은 사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주인공에게 “차라리 잠자리를 하지 그랬느냐”고 말하는 식이다. 애초에 비판하기에는 관심이 없는 <옵세스드>는 가족과 직장을 지키기 위한 성실함만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위험한 정사>가 다룬)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의 폭력성 같은 주제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비굴한 겁쟁이 남자와 정신을 잃은 여자가 짜내는 교훈은 ‘한눈팔지 말고 똑바로 살아라’다. 나는, 악녀의 처형과 가정의 사수를 여전히 응원하는 대중 덕분에 ‘바보 같은 결혼생활이 어떻게 유지되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한국에선 <옵세스드>가 개봉없이 홈비디오로 직행했다. DVD 영상과 소리는 준수한 수준이다. 각본, 연출, 연기에 대한 뒷이야기를 담은 ‘제작과정’(16분), 두 여자주인공의 격투장면을 분석한 ‘걸 파이트’(11분), 캐릭터별 의상의 특징을 말해주는 ‘드레스드 투 킬’(10분)이 부록으로 제공된다. 인터뷰 중 비욘세는 “가수 연기가 아닌, 평범한 젊은 부인이 되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말대로 연기변신은 기대해도 괜찮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