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의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제14회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기사를 읽고 나도 모르게 작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 영화를 정말 고대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영화 이후 장진의 새 영화는 꽤 오랜만인데다 요즘처럼 무겁고 우울한 때면 장진의 영화가 다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느낀다. 스스로를 권위있고 진지한 행사라 여기는 부산영화제로서는 좀 의외의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가 완벽한 부산영화제 개막작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부산영화제 14년의 역사 속에 다섯 번째 한국영화 개막작이다. 다른 네편의 한국영화 개막작은 1999년 <오아시스>, 2001년 배창호의 <흑수선>, 2002년 김기덕의 <해안선>, 2006년 김대승의 <가을로>가 있었다. 이외에 1996년 첫해에는 마이크 리의 <비밀과 거짓말>, 1997년 웨인왕의 <차이니즈 박스>, 1998년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고요>, 2000년 인도영화 <더 레슬러즈>, 2003년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플갱어>, 2004년 왕가위의 <2046>, 2005년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 2007년 펑샤오강의 <집결호>, 지난해에는 카자흐스탄영화 <스탈린의 선물>이 개막작이었다.
다른 부문 프로그래밍과 달리 개막작 선정에는 특별한 기술이 요구된다. 개막작의 상영 환경은 다른 상영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개막작은 개막식이 끝나고 영화제의 시작에 고무된 많은 손님과 관객 앞에서 상영되기 때문에 축제 분위기에 맞는 영화를 골라야 한다. 개막작은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와 같아서 재미있으면서도 멋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감독이든 배우든 스타 파워가 있는 편이 좋다. 올해 개막작에서 장동건을 보는 것은 개막식의 불꽃놀이와 잘 어울릴 것이다.
다른 조건들도 있다. 개막작은 엄청난 관심을 받기 때문에 영화제가 그 힘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 <2046>과 <쓰리 타임즈>의 선정은 그런 면에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 영화들은 칸영화제에서 이미 상영되었고 영화의 감독들이 더이상 주목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지난해 개막작으로 카자흐스탄영화를 선택한 것은 흥미롭고 대담한 선택이었지만 불행히도 영화가 그다지 좋질 못했다.
장진의 경우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어떤 이들은 그의 영화가 외국인들에게는 전달이 잘 안된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가 다른 나라에 안 팔리는 것은 마케팅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국 관객을 앉혀놓고 그의 영화를 보여주면 그들은 어김없이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 이탈리아의 우디네극동영화제는 그의 영화를 꼬박꼬박 상영해왔으며 여러 번 관객 인기상을 받았다. 나는 아직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지 못했지만 그 영화가 부산영화제 관객을 즐겁게 하고 덕분에 장진의 외국 팬들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초반 칸영화제는 <업>을 개막작으로 상영했다. <업>은 유머와 감정을 빼어나게 섞은 완벽한 선택이었다. 올해 현명한 선택을 내린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