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홍길동이 옆집에 산다면…
2009-09-22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정용기 감독의 <홍길동의 후예> 촬영현장

왕복 6차선 도로 위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6 대 2. 한명이서 세명을 마크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적으로도 밀리고 얼핏 외형을 봐서도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점쳐진다. 상식적으론 이럴 때 도망치는 게 맞다. 그러나 패랭이를 쓰고 짚신을 신지 않았다 뿐이지 이들은 홍길동 가문의 후예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설움은 자신이 홍길동의 후손이라고 밝히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홍길동 가문의 후예들이 펼치는 코믹통쾌 의적 활극 <홍길동의 후예> 26회차 촬영현장이 지난 9월9일 공개됐다. 경기도 하남시 인근 대로변에서 진행된 이날 촬영분은 홍길동의 18대손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홍무혁(이범수)이 동생 홍찬혁(장기범)과 함께 정민(김수로) 수하 패거리들에게 납치된 자신의 애인 연화(이시영)를 구출하는 장면이다.

이범수와 장기범을 비롯해 스턴트 배우들은 스탭들이 카메라를 교체하고 앵글을 바꾸는 사이 액션의 합을 맞추느라 정신없었다. 신재명 무술감독은 이범수에게 “빨리 하지 말고 천천히 크게”, “한 박자 있다가 들어가야 한다”며 주먹을 뻗는 방법과 속도를 꼼꼼하게 설명했다. 영화를 위해 샐러드만 먹으며 체중을 4kg이나 감량하고, “캐스팅 얘기가 나온 뒤부터 석달 넘게 꾸준히 체육관에서 구르고 뛰었다”는 이범수는 이날 대역없이 액션장면을 소화했다. “티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배우의 얼굴이 나와야 긴장감과 집중력이 생기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범수의 얼굴에서 “서민형 영웅의 모습”을 봤다는 정용기 감독의 얘기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한국적인 슈퍼히어로물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홍길동은 누구나 스토리를 아는 완벽한 케이스다. 영화는 그런 영웅이 지금 현재 내 이웃으로 살고 있으면 어떨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됐고, 이 시대가 원하는 영웅의 모습은 무엇일까 질문하면서 발전됐다.”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연출했던 정용기 감독이 내놓는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은 11월 이후 그 본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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