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벤(조수아 잭슨)은 말기 암 선고를 받는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2년. 당장 치료를 받는 것이 수순이지만 대신 병원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오토바이를 한대 산다. 그리고 오토바이라면 치를 떠는 약혼녀 사만다(리안느 바라반)의 얼굴은 잠시 잊고서, 가족에게는 말기 암이라는 사실조차 숨긴 채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이틀로 예정된 여행은 하루하루 연장되고, 길 위에서 벤은 자신의 지난 인생과 남은 인생을 생각한다. 생애 가장 뜻깊은 일주일을 보내게 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당신, 말기 암입니다” 하고 시작한다. 그 순간 벤은 생각한다. 첫째, 약혼녀 사만다와의 결혼을 취소한다. 둘째, 학생들의 시험 채점은 안 해도 된다. 시한부 인생이 되기 전까지 벤은 가르치는 보람이라곤 느껴본 적 없는 따분한 학교 선생이었고, 오래된 연인에게 마지못해 청혼 반지를 내미는 한심한 남자였다. 그런 일상에서 비로소 해방(?)되는 계기가 말기 암 선고라니 좀 야박하지만 어쨌든 <원위크>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한 남자의 자아발견 여행기’를 충실히 써내려나간다.
영화는 자연히 로드무비 형식을 취한다. 벤의 일주일짜리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동서를 가로지르며 쓰여진다. 마치 ‘캐나다 어디까지 가봤니’ 하고 묻는 듯하다. 멋부리지 않고 담아낸 캐나다 곳곳의 풍경, 앨버타 공룡공원이라든지 로키산맥, 서드베리의 빅 니켈 동상과 세계 최대의 온갖 조형물들을 보고 있으면 공짜 캐나다 여행이라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다. 잠시라도 캐나다에 머문 적이 있는 이들에겐 적잖은 향수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모든 풍광을 돋보이게 만드는 건 음악이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던 <원위크>는 제2의 <원스>를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O.S.T 수록곡들은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귀를 감싼다. 무미건조할 수 있는 영화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런데 힘이 부친다. 다소 심심하고 뻔한 이야기들이 병렬적인 구조를 갖는데 그 가교 역할을 전적으로 음악에 맡기다보니 한계가 생긴다. 아무리 음악으로 감정을 부추겨도 감정이 쌓이지 않는다. 오히려 <원위크>에서의 발견은 음악이 아니라 벤을 연기한 조수아 잭슨이다. 그의 흔들림없는 눈동자는 영화에서 조용히 그리고 오래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