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최재웅] 두번 보면 달라요
2009-09-25
글 : 장미
사진 : 이혜정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배우 최재웅

저 날선 눈매, 아니, 흔치 않은 흡입력이 낯설지 않다면 당신은 분명 뮤지컬 팬이다. 최재웅.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갓 데뷔한 신인 영화배우이자 2003년 <지하철 1호선>으로 출발선을 끊은 7년차 뮤지컬 배우. 2007년 <쓰릴미>로 무수한 팬을 확보한 그를 처음 목격한 건 그해 11월 오픈한 <샤인>을 통해서였다. 스무명 이상의 캐릭터로 갈아타는 멀티맨 역을 맡은 그는 적재적소에서 관객을 폭소하게 혹은 침묵 속에서 긴장하게 만들었다. 늦었지만 저 배우를 기억하겠노라 생각했다. 올해 막을 올린 뮤지컬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그는 꼴통 4인방의 리더 노마크였다. 자유분방한 청춘들의 난장에서도 그는 단연 눈에 띄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크레딧에 기록된 최재웅이라는 이름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원군의 오른팔인 뇌전은 신들린 검술의 달인으로 명성황후의 비밀스러운 사랑 무명에 대적할 수 있는 단 한명의 무사다. 재미있는 건 뇌전 역의 최재웅과 검을 겨룬 무명 역의 조승우가 예고 동창으로 친한 친구 사이라는 사실이다. “편했다. 내가 낯을 가려서. 모르는 사람이랑 했으면 더 어색했을 것 같다.” <주유소 습격사건>을 “놀면서” 했다던, <어쌔신> 오픈 단 6일 전인 9월20일까지 연극 <날 보러 와요>에 출연해야 하니 힘들겠다는 말에 “예전에 한번 해봐서 괜찮다”고 답하던 여유만만한 뮤지컬 배우가 사라지고, “모든 게 부끄럽더라”는 어색한 영화배우만 남았다. “영화 현장은 아무래도 산만하니까. 집중력 좋은 사람만 할 수 있겠구나. 당황했다. 초반엔 그랬다. 후반부엔 뭐든지 편해지고. 공연할 땐 안 보이잖나. 관객석이.”

처음 보는 사람을 영 어색해하던 최재웅은 자신을 두 번째 만남에서 완전히 달라지는 타입이라 했다. <쓰릴미>에서 김무열과의 협업으로 앙상블의 짜릿함을 느꼈다고, 젊은 배우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처럼 자신 역시 한때 튀고 싶었지만 이젠 힘을 빼고 싶다고도 했다. 그와 오래 함께한 뮤지컬 팬들에게도, 새로운 스타를 고대하면서 처음 인사한 영화 팬들에게도 참으로 반가운 이야기다. 그의 차기작인 <어쌔신>은 미국의 역대 암살자들을 무대 위로 불러들인 도발적인 뮤지컬이다.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비교적 센 작품에 주로 출연했지만, 물론 의도한 건 아니다. “공연할 때도 먼저 들어오는 순대로 한다. (웃음)” 자유롭게 번져가는 최재웅의 궤적에, 다음 영화도, 드라마도 얼른 ‘먼저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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