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거짓말>
관람자: 정운찬, 백희영, 이귀남, 임태희 각료 후보자
각종 각료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기사 덕분에 며칠 동안 즐거웠다.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부통산 투기 의혹에 “아파트 시세가 더 올랐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세금 탈루와 ‘스폰서’ 의혹으로 스타일 구긴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종합소득세 누락은 실수였다. 오늘 아침 1천만원 가까이 세금을 냈다”, “형제 같은 사람이다. 해외 나가서 너무 궁핍하게 살지 말라고 소액을 준 적 있다. 1천만원 정도 된다”고 변명했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문제가 줄줄이 터진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는 “주민등록법을 아예 고위공직자는 예외로 하게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어떠냐”는 빈정거림에 “법무부 소관 법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노사관계 질문에서 “왜 꼭 노조는 머리띠를 매고 조끼를 입고 수염도 안 깎고 협상에 나서는지”라는 다부진 소견을 내놓기도 했다.
부도덕하고 한쪽으로 편향된 이들만이 고위직에 오르는 나라인 걸까, 아니면 그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려면 다 그래야 하는 걸까? <호우시절> 대사를 인용하자면, 꽃이 피니까 봄이 오는 걸까 아니면 봄이 오니까 꽃이 피는 걸까? 장선우의(혹은 장정일의) <거짓말> 엔딩신 무렵, 교복을 입은 여인 Y는 벌거벗은 J를 각목으로 내리치며 외친다. “자, 이제 내게 거짓말을 해봐.” 차라리, 내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