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언니들의 수상한 파티
2009-10-06
사진 : 이혜정
글 : 김용언
강석범 감독의 <걸프렌즈> 양양 촬영현장

물 밖으로 흠뻑 젖은 미인이 걸어나온다… 까지 들으면,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떠오를 법도 하다. 안타깝게도 그런 우아하고 경건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 <걸프렌즈>의 송이(강혜정), 진(한채영), 보라(허이재)는 화려한 파티장에서 뒤엉켜 치고박고 쥐어뜯고 할퀴다가 결국 수영장에 빠지는 망신을 겪고 난 직후다.

지난 9월17일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대명리조트 쏠비치 야외파티장은 더없이 화려했다. ‘맛있는 그놈’ 진호(배수빈)를 공유하는 비슷한 취향 때문에 엮인 세 여주인공부터 눈부셨다. 그러나 수면 아래로 화급하게 발을 움직이는 백조라고 해야 할까. 이 와중에 쌈박질을 벌이다가 결국 파티장에서 쫓겨나는 세 여주인공의 거친 ‘액션신’을 찍느라 동선과 화면 사이즈를 결정하는 제작진의 움직임이 굉장히 분주하기도 했다. 리조트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밤바람을 맞으며 몸싸움과 물에 빠지는 장면까지 소화해야 하는 세 주연배우와 그녀들의 대역배우들까지, 총 여섯명의 안전을 세심하게 체크하는 일도 녹록지 않았다. 인근 양양국제공항에선 비행기가 새벽까지 쉬지 않고 출발하며 슛 사인을 지연시키는 방해꾼이 되기도 했다(수영장에 들어가 덜덜 떨며 슛 사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한채영은 “조종사 분이 혹시 일부러 빙글빙글 도는 거 아니야?”라는 농담을 던졌다). 뿐만 아니라 그녀들이 비틀거리며 걷는 단 한컷에서도 세 배우의 각기 다른 움직임과 방향을 빈틈없이 담아내야 하는 카메라도 바빴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해바라기>의 강석범 감독 이하 스탭들은 배우 못지않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싱글즈>에 이어 현재진행형의 싱글 여성들이 쿨하게 연애하는 흥미진진한 ‘사각관계’를 담아내는 <걸프렌즈>는 지금까지 50% 정도 촬영이 진행됐으며 크리스마스 개봉을 준비한다. 2009년은 ‘깜짝 놀랄 만한 여자친구들’과 함께 마무리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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