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정치의 인간적인 얼굴 <굿모닝 프레지던트>
2009-10-08
글 : 이상용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굿모닝 프레지던트> Good Morning President
감독 장진 | 한국 | 2009년 | 131분 | 개막작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통령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유명하거나 커다란 사건과 스캔들을 일으켰던 인물을 중심으로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 있다. 다른 하나는 역사적 인물과는 상관없이 상상적인 대통령을 그려내는 경우다.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후자에 가깝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상적 대통령 속에 현실적인 모습을 기입하면서 한국의 역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장진의 영화는, 그가 구사하는 유머처럼, 반대가 되는 지점에서, 청개구리처럼 출발하기를 좋아한다. 그의 가장 매력적인 작품 중 하나인 <아는 여자>가 사소한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공통으로 지닌 집단화된 추억을 끄집어내는 방식(그것은 야구 자체일 수도 있다)이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공적인 대통령 속에 담긴 사적인 영역들을 자꾸 건드린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어 고민하는 김정호 대통령(이순재), 과거의 연인 앞에 우물쭈물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통령(장동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이혼 사태에 직면한 여성대통령(고두심)의 모습은 그들의 인간적인 순간을 헌정의 핵심으로 호출한다. 그것은 정치가 결국 살아가는 것의 문제이며, 개인의 삶의 행복과 직결된다는 현대 정치철학의 핵심과도 맞물리는 것이다. 장진의 통찰력은 이를 능청스럽게도 잡아낸다. 그리하여,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 매주 복권을 사고, 키스를 하고, 춤을 추는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정치의 인간적인 얼굴이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결론은 관객을 정치 안에 포함된 개인과 만나게 하는 행복감을 제공한다.

물론 세명의 대통령을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이야기 속에 얽어놓고 있다 보니 대중영화의 도식적인 틀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함을 통해 대중영화의 사려깊은 매력을 이뤄내는 장진의 스타일은 개인과 사회를 아우르고자 했던 한국영화의 한 정점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국제영화제 무대에서는 덜 알려진 장진의 영화가 이번을 계기로 좀더 확장될 만한 자리가 된다는 점에서 장진이라는 작가에게도 중요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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