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정치보다 재미를 위한 이야기
2009-10-09
글 : 강병진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 감독 장진

부산에 대통령이 떴다. 8일 오후 1시30분,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기자시사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화는 연이어 취임한 3명의 대통령을 통해 그들의 사적인 고민과 이상적인 대통령에 대한 바람을 묘사했다. 장진 감독은 이번 개막작 초청에 대해 “좋은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많은 감독들에게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는 현실의 정치적 상황을 어떻게 영화에 반영했는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3명의 대통령들이 겪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결국 대통령에게 바라는 3가지 이상을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어떻게 보면 1명의 대통령으로 묘사해도 가능했을 것 같다.
=3명의 구성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1명의 이야기로는 90분에서 100분짜리 장편영화로 이야기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취임을 앞둔 대통령과 현재의 대통령, 그리고 퇴임한 대통령이 상호공존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각각의 사람들이 각자의 생활을 통해 느끼는 기분과 모습을 모두 한 명인양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의도대로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올해는 두 전임대통령의 서거를 경험한 해였다. 그래서 관객들에게는 좀 더 각별하게 다가올 영화다.
=촬영이 후반부에 접어들 무렵, 대통령으로 함께 했던 분들을 보내야 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호탕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속상하고 서운하고 슬픈 마음이 진득했다. 나 혼자만의 느낌일지 모르지만, 영화 속 어떤 부분에서는 묘해지는 기분이 있다.

-영화 속 어떤 부분에서는 역대 대통령 중 여러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만약 관객 10명 중 5명이 같은 대통령을 떠올린다면 그 대통령이 맞을 거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워낙에 드라마틱한 일들을 많이 겪으셨다. 그렇다 보니 누구의 어떤 시기와 연관시켜 상상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두 전임대통령이 가져서 안되는 돈을 가진 탓에 문제가 되는 설정은 누가 봐도 직접적이지 않나. 그것 말고는 누군가를 대입시켜 가려고 한 건 없다.

-역대 대통령의 생활과 청와대에 대해 어느 정도 조사를 했나.
=고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트를 만드셨던 분들은 모르지만,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알아보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많은 분들이 비슷하겠지만, 나 역시 70년대 생으로 태어나 대한민국 사회의 제왕적 대통령이란 이미지에 짓눌려 있던 게 있었다. 이후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그런 벽이 허물어지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과 그들에게 서운했던 것들을 영화 속에서 재밌는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또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정 대통령의 모습을 정해놓고 가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정치상황은 많이 투영된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런 쪽의 질문이 별로 없을 줄 알았다.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대놓고 다루지 않았다. 편하게 말하면, 영화에는 세 가지 정도의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경험한 정치적 이슈와 견줄 수 있는 상황을 영화 속 대통령은 어떻게 돌파할까란 상상이고, 또 하나는 그런 대통령을 보고 우리도 그를 이해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정말 만나보고 싶었던 대통령이라는 대리만족이 아닐까 싶다. 영화 속의 그 어느 부분도 역대 정권, 어떤 정치인의 행보를 비판하거나 교묘하게 꼬집으려는 식으로 만들지 않았다. 만약 그러고자 했다면 상업영화판에서 돌려가며 얘기하지는 않을 거다. 나가서 직접적으로 해도 되는 시대 아닌가. 나는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재미로 가려 했다. 더 깊고, 더 날서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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