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미하엘 하네케의 새로운 차원 <하얀 리본>
2009-10-09
글 : 김도훈

<하얀 리본>(The White Ribbon)
미하엘 하네케/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이탈리아/2009/145분/월드시네마

올해 부산영화제의 유럽영화들 중에서 딱 한편만 골라야한다면?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의 <아이 엠 러브>와 <하얀 리본> 둘 중 한편을 선택해도 좋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하얀 리본>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거장 미하엘 하네케의 또다른 걸작이다. 무대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독일의 작은 프로테스탄트 마을이다. 마을 아이들이 하나씩 끔찍하게 폭행당한 채 발견되고, 범인을 추리하던 마을 학교의 선생은 무시무시한 공동체의 비밀이 범죄의 뒤에 도사리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하네케는 종교적인 규율에 함몰당한 채 살아가는 한 공동체의 무의식이 빚어내는 집단적 폭력을 통해 지금 세계의 파시즘과 테러리즘을 읽어낸다. 인간성 내면의 탐구라는 하네케의 주제의식이 보다 넓은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된 결과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미학적으로도 <하얀 리본>은 숨이 막힌다. 아름다워서 숨이 막히기도 하지만, 미학적인 규율이 너무나도 엄격해서 목이 졸리는 것 같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피아니스트>와 <히든>에서 하네케가 구사하던 영상의 쇼크 효과는 거의 없다. 이제 하네케는 보여주지 않음으로서 더 무시무시한 걸 보여줄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것 같다. 이 걸작이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퍼니 게임> 이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하얀 리본>은 진정 하네케의 새로운 차원이라 불릴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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