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세상 모든 게 다 ‘거기’에서…”
2009-10-10
글 : 이다혜
<심볼> 감독, 배우 마츠모토 히토시

만약 바벨탑 이전의 세상에서처럼 인류가 하나의 언어를 구사했다면, 마츠모토 히토시는 웃음으로 세계를 지배했을지도 모르겠다. 일본 최고의 코미디언인 그의 두 번째 영화 <심볼>은 언어 이전에 존재하는 웃음을 끌어내는 영화다. 전작 <대일본인>이 일본 밖 관객들에게 다소 난해했다면, 이번에는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보면 알 수 있는 ‘거시기’ 같은 영화인 셈이다. 10일 <심볼> 상영 후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와 기자회견에서 그를 만났다.

-코미디언 출신 영화감독이라는 면에서 기타노 다케시 감독과 비교되는 일이 많은데.
=내게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존경하면서도 넘고 싶은 대상이다. 하지만 영화로 봤을때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각자 자기다운 영화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영화적인 부분에선 그리 의식하지 않는다. 기타노 감독이 내게 열 작품 정도 만들라는 말을 했는데 나는 다섯 작품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심볼>은 전작 <대일본인>보다 비언어적이다. 무성영화로 만들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정도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언어로 많은 것을 표현하지 않고자 노력했다. 외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언어적으로 웃음을 주려는 것은 최소화했다.

-애드리브가 뛰어나 대본없이 진행되는 프리토크에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이번 <심볼>을 찍으면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짜넣은 부분이 있나.
=영화에 대해서 60% 정도 정해진 상황에서 크랭크인한 뒤 나머지 40%는 그때그때 만들어간다. 영화의 결말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다.

-이상한 방에 갇힌 남자를 연기하는 마츠모토 감독의 이야기와 다른 나라에서의 이야기들이 교차되어 나오는데, 마츠모토 감독의 연기만 편집해도 영화를 완성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내 장면만을 편집해 영화를 만든다는 안도 있긴 했지만 그런 건 내가 평소에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영화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연기와 연출 중 어느 쪽이 재미있나.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과 배우를 겸했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배우를 괴롭히는 쪽이고, 배우는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인데 그 둘을 동시에 한 셈이다. 다음에는 감독만 하면서 배우를 괴롭히고 싶다. 주인공의 경우, 처음에는 다른 배우를 알아보기도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스위치가 많은데, 왜 하필 남자 성기를 스위치 역할로 사용했나.
=세상 모든 게 ‘거기’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이번에 딸을 낳은 것도 저의 거기서…여러분도 모두 그렇고.(웃음)

-주인공을 보면 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진다.
=결국 신은 모호하고 미숙하고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발버둥칠 뿐인데 그 과정에서 세상에는 여러 이상한 사건이 생겨나지 않나. 신도 그렇지 않을까. 세상은 그런 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심볼>에서 ‘교육’과 ‘성취’라는 챕터 진행을 통해 인류의 발전상을 그린 것 같다. 마지막에 ‘미래’에서 딱 끝나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미래라... 해피엔드라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 미래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영화에서는 상큼하게 끝나게는 하지 않고자 했다. 그 결과가 이 영화다. 관객들이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결말로 맺고 싶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세상에서도 웃음은 중요할 것이다. 그 세상에서 내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사진 박승근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