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의 하룻밤> One Night in Supermarket
양칭 | 중국 | 2009년 | 94분 | 아시아영화의 창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넷팩상을 수상한 <슈퍼마켓의 하룻밤>은 중국영화의 또 다른 숨겨진 재능이다. 무협 대작과 지하전영의 극단적 대비 속에서 그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던 중국 대중영화의 신선한 호흡이다. 어쩌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인디 진영의 장르적 모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풋풋한 신인감독답게 초보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제법 감각적 화면과 카메라워크를 보여준다. 우리로 치면 ‘24시간 편의점’이라 할 수 있는, 한 슈퍼마켓에 낯선 침입자가 들이닥친다. 리준웨이와 또 다른 여직원은 곧장 인질이 되고 만다. 허산쉬라는 이 침입자는 3개월 전 복권에 당첨됐다가 그만 가게주인의 실수로 복권 당첨이 무효로 되자, 돈을 되찾기 위해 전기충격기를 들고 온 것이다. 이들은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가게 영업을 대신하게 된다.
‘편의점 습격사건’이라 부르면 딱 맞을 <슈퍼마켓의 하룻밤>은 왁자지껄 어처구니없는 블랙코미디다. 허산쉬는 주인 ‘왕 여사’를 기다리며 유니폼까지 차려입고 계산대에 섰지만 바코드 찍는 법부터 해서 아는 게 없다보니 사고투성이다. 게다가 함께 데려온 복면 동료 역시 인질들을 지키라고 했더니, 주인 방에 갖춰져 있는 노래방을 부르고 앉았다. 리준웨이의 친구이자 배우지망생인 주랴오는 괜히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전기충격기의 제물이 된다. 영화 속에서 가장 불쌍하면서도 웃긴 캐릭터다. 그런데 그렇게 배꼽 잡던 사이 진짜 강도가 가게에 들이닥친다. 영화는 내내 편의점의 안과 밖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이 펼치는 우스꽝스런 행동에 집중한다. 일이 커져갈수록, 새벽 시간이 깊어질수록 혼란은 깊어간다. 대륙 ‘펄프’ 코미디의 수준을 가늠하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