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왓디 방콕> Sawasdee Bangkok
펜엑 라타나루앙, 위시트 사사나티앙, 아딧야 아사랏, 콩데이 자투라나사미 | 태국 | 2009년 | 108분 | 아시아영화의 창
<사왓디 방콕>의 소제목을 붙여보자면 ‘사랑해 방콕’쯤 되겠다. 그렇다. 이건 <사랑해 파리> <뉴욕 아이 러브 유>와 같은 감독들의 도시 프로젝트다. 뉴욕, 파리 프로젝트와 차이가 있다면 도시를 마냥 예찬하지는 않는다는 점. 네 명의 자국 감독들은 태국의 현실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그런데 그게 더 진심처럼 보인달까.
위시트 사사나티앙의 <Sightseeing>은 앞을 볼 수 없는 여주인공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역설한다. 겨우 하루를 연명해가는 그녀에게 방콕을 보여주겠다는 천사가 나타난다. 아딧야 아사랏의 <Bangkok Blues>는 삶의 공간으로서의 방콕에 집중한다. 소리 녹음이 취미인 루이스는 외국에서 왔다. 평화로운 어느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는 친구에게 뉴욕에서 녹음한 놀이터 소리를 들려준다. 뉴욕이나 방콕이나 사람 살아가는 건 매한가지라고 말하려는 듯. 콩데이 자투라나사미의 <Pi Makham>은 매춘과 폭력 문제를 다룬다. 그렇다고 감독은 직접적으로 고발하지 않고 남녀의 심리에 더 공을 들인다. 마치 아련한 멜로드라마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펜엑 라타나루앙의 <Silence>는 돈을 풍자하는 교훈극이다. 차를 몰다 고장이 난 한 여자가 거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대가로 그녀는 거지에게 돈을 건네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지는 돈을 받지 않는다. 이 네 작품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방콕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