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올해의 한국멜로영화로 손색이 없을 작품 <페어 러브>
2009-10-10
글 : 강병진

<페어 러브> The Fair Love
신연식 | 한국 | 2009 | 115분 | 갈라프레젠테이션

형만은 카메라 수리를 업으로 삼은 50대의 노총각이다. 어느 날, 8년 전 사기를 치고 도망간 친구가 암으로 죽으며 딸 남은을 잘 돌봐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아버지를 읽고, 키우던 고양이마저 죽은 남은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여자다. 조카와 삼촌 같은 사이로 시작한 그들은 점점 자신의 사랑을 합리화시키려 사랑의 정의를 찾아 나선다. 그래도 결국 그들의 나이차는 부담이다. 남은은 형만이 지금보다 더 새로운 사람이길 바라고, 형만은 현실에 안주하기를 원한다.

<페어러브>는 <좋은 배우>로 2005년 부산영화제를 찾았던 신연신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이 175분이란 상영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긴장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면 <페어러브>는 통속적인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사려 깊은 태도로 관찰한다. 이들의 사랑은 연애에 서툰 남자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여자의 로맨틱 코미디와 다르지 않다. 세상을 산 남자일지라도 여자의 밀고 당기기에 숨이 멎고 삐지기 일쑤다. 영화는 나이차에 대한 세상의 편견도 유쾌하게 담아낸다. 가장 묵직하게 다가오는 건, 더 이상의 욕망을 허락받지 못하는 남자와 모든 걸 다 잃은 여자가 어떻게 서로를 지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페어러브>는 이 질문에 “뭐가 되는 가능성은 50:50”이라고 답한다. ‘우리를 사랑하게 해주세요’란 절규보다 솔직한 답변이 아닐까? <페어러브>는 올해의 한국멜로영화로 꼽혀도 손색이 없을 작품이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