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호러영화는 보기도 싫어”
2009-10-11
글 : 강병진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감독 기시타니 고로

영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의 연출자는 배우 기시타니 고로다. <용이 간다> <크로우즈 제로>등에서 주로 진지하고 강한 남자를 연기했던 그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할 때,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은 의외의 작품이다. 결혼을 앞둔 여자가 미필적 고의의 살인을 저지른 뒤, 시체를 숨기려다 벌이는 귀여운 소동극을 그의 얼굴에서 떠올리기는 힘들지 않을까? 단, 배우가 아닌 연극연출가이자 제작자인 기시타니 고로를 생각한다면 수긍할 만 할 것이다. 일본에서 그는 가장 재미있는 연극을 만드는 이로 유명하다. “티켓 값이 만엔 이상이어도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연극들이다.(웃음) 연극을 본 사람들은 분명 이번 영화를 낯설어하지 않을 거다.”

왕성한 예술적 식욕을 가진 그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역시 배부른 영화로 만들었다. "웃다가 감동적인 눈물도 흘리다가, 기쁨까지 얻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게임, 뮤지컬,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를 품은 영화는 나카시마 테츠야, 이누도 잇신, 혹은 야구치 시노부등 동시대 일본 감독들의 영향까지 담아내기도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감독들의 영향을 받았다. 극중에서 ‘데미안’이란 강아지가 나오는 데, <오멘>의 음악을 넣었다. 찾아보면 그런 흔적이 더 많이 있을 거다.”

물론 그에게도 소화하기 어려운 장르는 있다. 특히 호러영화는 연기나 연출이나 하기 힘들 것 같다고. “피가 분수처럼 튀는 걸 싫어하는 데다, 호러영화를 보는 것도 싫어한다”는 게 이유다. 뜻밖의 대답이었다. 사지절단 연출의 일인자 최양일과 미이케 다카시의 얼굴인 기시타니 고로가 피를 무서워하다니. “아, 폭력장면에서 얼굴에 피를 맞는 건 괜찮다. 그런 장면은 나름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귀신은 정말 무섭다. 좀비는 더 싫고….”(웃음) 영역을 넘나드는 종합엔터테이너로서 그의 비전은 "언제나 가장 굶주려 있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다.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은 그 식단의 일부분일 뿐이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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