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비포 선라이즈>식의 여행 로맨스 <백야>
2009-10-11
글 : 강병진

<백야> A White Night
고바야시 마사히로 | 일본 | 2009 | 84분 | 아시아영화의 창

이야기의 무대는 프랑스의 리옹, 리옹에서도 붉은 다리를 중심으로 반경 100여미터 정도다. <백야>는 이곳에서 처음만난 일본인 남녀의 10시간 남짓한 사랑과 이별을 담는 영화다. 한정된 공간에서 대화로만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에 지루한 영화라고 오해하면 실수다. 뜻밖의 공간에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대화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은 충분하다.

다리에 올라 상념에 젖은 여자에게 남자가 말을 건다. 여자는 경계하고 남자는 사라지는데, 둘은 다시 다리에서 만난다. 남자의 말은 여자의 상처를 헤집어 놓는다. “여기서 애인을 기다리는 건가요? 오지 않는 거 아니에요? 아마도 유부남이겠죠?” 자신의 바보 같은 사랑을 들킨 여자와 10시간 후 파리로 향하는 남자는 서로 말싸움을 벌이다 차를 마시고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서 대화를 반복한다. 서로가 하지 말라는 말과 행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위로받는다. 그리고 충동적인 키스와 런던으로 가서 함께 살자는 충동적인 계획을 나눈다. 여기까지는 <비포 선라이즈>식의 여행 로맨스다. 잔잔한 멜로디에 실린 밀고 당기기의 대화는 충분히 로맨틱하다.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한 그들이 각자의 공간(여자는 호텔, 남자는 공중화장실)에서 옷 매무새를 단장하는 순간의 설렘도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이 잠시 떨어져 있는 순간부터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두 남녀의 감정을 묘사한다. 과연 그들의 사랑은 진심일까? 남자는 외로운 여자를 감싸려던 것 아닐까? 여자는 자신을 위로하는 남자의 말에 현혹된 것은 아닐까? 영화는 낮이면서도 밤이고 밤이면서도 낮인 상태의 사랑을 묘사한다. 감독 자신의 경험담은 아닐지 의심해 볼만한 이야기일 듯. 일본 독립영화의 상징적 인물인 고바야시 마사히로의 연출작이다. 실제 그에게 <백야>는 오랫동안 소망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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