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노동계급 여자들의 삶 <피시 탱크>
2009-10-11
글 : 김도훈

<피시 탱크> Fish Tank
안드레아 아놀드/영국/2009/124분/월드시네마

15살 영국 소녀 미아는 노동계급 빈민 아파트에서 젊은 엄마, 되바라진 여동생과 살아간다. 그녀의 꿈은 스트리트 댄서. 하지만 정작 꿈을 이룰 방법은 없다. 그러던 어느날 미아는 엄마의 남자친구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가 사실은 가족이 있는 중산층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드로드>(2006)로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무대에 등장한 여성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의 신작 <피시 탱크>는 미학적인 선배가 뚜렷한 영화다. 노동계급의 팍팍한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켄 로치(특히 지금보다 더 비관적이던 초창기의 켄 로치)를 연상시키고, 자칫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는 듯 한 클라이막스는 다르덴 형제의 미니멀한 사회 드라마와 닮아있다.

그러나 <피시 탱크>는 선배들의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들로부터 삶의 희망을 완전히 앗아가는 법은 없다. 그건 어쩌면 노동계급 여자들의 삶을 다루는 이 영화의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 역시 여성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쓰레기처럼 천박하고 덜 떨어진 노동계급 여자들의 삶에도 언젠가는 빛이 떠오르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다. 뿔뿔이 흩어지는 모녀들에게 화해의 춤을 선사하는 <피쉬 탱크>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든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박찬욱의 <박쥐>와 공동으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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