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나를 원한다면 어디라도…
2009-10-11
글 : 이화정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출연한 기무라 다쿠야

38초만의 매진이었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티켓은 그렇게 동났다. 기무라 다쿠야를 향한 팬들의 열망이 초고속 손놀림으로 전가되는 순간이었다. 전날, 갈라프레젠테이션 레드카펫 행사에서 이뤄진 숭배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 이른 아침 기무라 다쿠야를 만났다.

2년 전 <히어로>로 부산을 찾은 이래 두 번째 만남. 자연스럽게 컬진 웨이브도 그대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엷은 기무라 다쿠야표 미소도 그대로 간직한 그였다. 정작 변화를 먼저 털어놓는 건 기무라 쪽이다. “병헌을 비롯, 모든 이들의 환대에 감사한다. 관객과 일종의 유대감, 그건 일본에서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경험이었다.” 자신이 노력한 작품을 ‘선물’로 기쁘게 받아준 관객들, 그 순수한 애정과의 맞딱드림에 대해 그는 진심을 표한다.

날 때부터 이미 스타를 지닌 남자. 그러나 그를 향한 무한의 기대 뒤, 기무라는 매순간 ‘기무라 다쿠야’의 등장을 소망하게 만드는 결과물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그리고 그 노력의 보상은 TV라면 시청률로, 무대라면 뜨거운 환호로, 또 스크린이라면 관객들로 환산되어 돌아왔다. 톱의 자리 말고 그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없어보였다. 더러운 시궁창에서 병자를 구원하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시타오’는 그래서 로맨틱한, 때로 도도한 기무라의 이미지 어디에도 끼워 맞춰지지 않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기존의 작품들이 흙이라면, 난 그 흙에 어떤 씨를 뿌릴까, 물은 어떻게 줄까 궁리했던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흙도 씨도 다 정해져 있었다. 어떤 단계부터 들어갈지 고민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그는 즉각의 감정과 에너지를 쏟아 태어난 시타오, 그리고 그 역할 때문에 경험하게 된 트란 안 훙과의 만남, 이병헌, 조시 하트넷과의 협업을 기쁘게 간직한다. “생각해보니 그간 유독 일본 활동이 많았다. 그러나 나를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핸드폰이 외국 나가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 사이의 소통은 모두 비슷한 것 아닌가.”

여전히 어렵기만 한 노래도, 아직 연마해야 할 것이 많은 연기도 그에겐 모두 매번의 새로운 도전이다. “무수한 선배들로부터 받은 감동과 자극이 내 근원이 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 감흥을 전달해 줄 우편배달부가 되고 싶다.” 어떤 미래의 계획보다도 그래서 그는 현재의 진심이 더 소중하다. “계획하는 대신 난 실천하려 한다. 그래서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항상 거짓이고 싶지 않다. 이 짧은 인터뷰 역시 소중한 하나의 순간, 진심의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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