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엄마처럼, 아들처럼
2009-10-12
글 : 김성훈
<새벽의 끝>의 배우 와이 잉헝 ? 추이티엔

연인 같은 모자(母子)다. 격의가 없다는 게 아니다. 지긋지긋하면서도, 그만큼 서로가 절실하다는 말이다. <새벽의 끝>에서 미성년자 소녀를 뜻하지 않게 임신시킨 아들이 소송 위기에 빠지자, 엄마는 아들을 대신해 돈을 구하러 다닌다. 아들은 그런 엄마가 탐탁지 않다. 죄책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아들은 정말 엄마를 아끼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엄마 역의 와이 잉헝과 아들 역의 추이티엔이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영화 속 모자의 그것과 묘하게 겹쳐진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와이 잉헝은 유가량 감독의 영화에 늘 단골로 출연해 날렵한 액션을 선보였던 그 ‘혜영홍’이 맞다. “쇼브라더스의 댄서”였던 그녀가 영화를 시작하게 된 것은 “스승인 유가량으로부터 무술을 전수받으면서부터”다. 이후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수많은 액션영화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켰다. 특히 <장배>(1980)에서 보여준, 요염하면서도 절도 있는 액션은 묘한 매력을 드러내기도. 그런 그녀의 연기 인생은 두 가지로 인해 전환을 맞게 된다. 하나는 “허안화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서 액션배우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해야겠다는 고민을 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선배 배우인 증지위의 연기를 보면서”다. “주로 암흑가에서 몰락해가는 역할을 맡은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정말 존경스럽다.” <새벽의 끝>에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엄마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런 고민의 산물일 것이다.

와이 잉헝과 달리 추이티엔은 홍콩영화계의 새로운 얼굴이다. “호유항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서 함께 하고 싶었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역할과 성격이 비슷해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물론 감정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폭발해야하는 장면들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때마다 그는 와이 잉헝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풀어나갔다. 매 작품 때마다 선배 배우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그는 여느 홍콩 남자배우들처럼 “유청운과 오진우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스크린에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연기에 임하는 태도를 배우고 싶다.” 제법 야무지고 진심이 느껴지는 각오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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