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대만 사회의 단면 <양양>
2009-10-12
글 : 강병진

양양 Yang Yang
쳉유치에 | 대만 | 2009 |112분 | 아시아영화의 창

프랑스인 아빠와 대만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양양은 불어를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는 대만인이 아니다. <양양>은 다문화 사회의 대만을 청춘영화적인 화법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어디서나 ‘인형’으로 불리는 양양의 외모는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거나 갈등을 일으킨다. 육상부 남자선배는 그녀와 외국 포르노 주인공의 얼굴을 동일시하려 하고, 연예기획사의 매니저는 그녀를 완벽한 프랑스인으로 포장하려 한다. 대만인인 새 아빠와 그의 딸을 동생으로 맞은 양양은 가족 안에서도 외로움을 느낀다. 육상부 라이벌이기도 한 동생 샤오루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양양에게 관심을 보이자 가시를 내뱉는다. “언니라고 하지 마, 넌 내 언니처럼 보이지 않아.” 영화는 경계에선 이방인의 좌절과 성장을 섬세한 연출로 그려낸다. 선이 뚜렷한 사건은 없지만 배우 산드린 핀나가 연기하는 양양의 감정적 갈등은 인물의 표정과 사소한 행동에 몰입하는 연출에 힘입어 박력 있게 묘사됐다. 이방인을 대하는 세상의 시선이 변해야 한다는 식의 무책임한 결론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그 마저도 지나가는 갈등의 시기라고 말한다. 극중에서 자신과 똑같은 입장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양양은 비로소 자신의 상처와 마주한다. 끝없이 길을 달리는 양양의 마지막 모습은 이제야 세상의 시선이든, 자신의 상처든 담담히 바라볼 수 있게 된 그녀의 성장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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