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불법 체류’를 이야기하는 로드 무비 <낙원은 서쪽이다>
2009-10-12
글 : 김도훈

<낙원은 서쪽이다> Eden is West
코스타 가브라스 |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 2008년 | 111분 | 월드시네마

코스타 가브라스의 이름으로부터 우리가 떠올리는 건 ‘정치영화’다. 그리스 출신의 이 거장은 <Z> <계엄령> <의문의 실종> <뮤직박스> 같은 영화들을 통해 유럽과 남미 현대사의 숨겨진 이면들을 스크린에 옮겨왔다. 그의 최근작이자 베니스 영화제 경쟁작인 <낙원은 서쪽이다>는 현대 유럽의 가장 첨예한 문제인 ‘불법 체류’를 이야기하는 로드 무비다. 그리스인 주인공 엘리아스는 파리로 가기위해 돈을 주고 밀항선에 오른다. 하지만 경찰선이 다가오자 무작정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만다. 친구와 헤어진 그는 ‘에덴’이라 불리는 나체촌 리조트에서 영국 여자를 만나고, 남프랑스에서는 촌부의 일을 돕고, 마음 좋은 독일인 트럭운전사들의 차를 얻어타는 등 유럽을 가로지르며 파리로 조금씩 향한다.

<낙원은 서쪽이다>는 심각한 문제를 다소 가벼운 코미디의 필치로 다루는 영화다. 가브라스는 엘리아스가 지나치고 만나는 수많은 유럽인들을 통해 통합 유럽의 허상을 까발리며 웃어넘긴다. 지나치게 순진한 주인공을 선량한 주변 인물들과 엮어놓은 탓에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이 종종 옅어지기도 한다. 그냥 거장이 오랜만에 만든 소박한 로드무비라 생각하며 즐겨도 좋을 것이다. 코스타 가브라스의 이름을 처음으로 전세계에 알린 정치 스릴러 <Z>역시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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