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사형의 충격? '해운대 쓰나미급'
2009-10-13
글 : 강병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집행자> 감독 최진호

교수형을 당한 사형수가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행법에 따르면 사형수를 끌어올려 다시 목줄을 걸어야 한다. <집행자>는 사형제가 가진 집요한 고집을 묘사하는 영화다. 법에 깃든 참혹함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건, 죄책감에 시달리는 집행자들이다. 사형수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와 배설물은 이들의 몸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냄새를 남긴다. <집행자>를 연출한 최진호 감독은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것보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얼마나 지독한 아픔을 남기는지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한국을 분노케 한 강 모씨의 연쇄살인사건은 <집행자>의 출발점이 아니었다. 물론 그러한 예상도 무리는 아니다. 영화의 결정적 순간은 ’12년 만에 부활한 사형제‘이며 부활을 추동한 것은 희대의 살인마다. 하지만 최진호 감독의 출발점은 퇴직 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어느 사형집행교도관의 이야기였다. "약물로 자살을 기도한 사람도 있었고 아예 자신의 직업을 숨기는 사람도 있더라. 이들이 겪는 트라우마의 요체는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그 결과 <집행자>는 ’사형’과 ’살인’의 차이점을 의심하는 동시에 ’사형 집행’의 아이러니를 담은 영화가 됐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갖게 된 아이를 낙태하는 것과 사형집행을 등가관계에 놓는가 하면, 오랜 수감생활 동안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못할 정도로 심약해진 사형수를 굳이 죽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젊은 사람은 가장 마지막에 집행하자"는 무의미한 배려 또한 이들이 겪는 두려움에 기인하는 부분이다.

무거운 주제를 우직하게 밀고가지만, <집행자>를 심각한 영화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 지난 1999년, 단편 <동창회>를 통해 삶에 깃든 페이소스를 보여준 최진호 감독은 <집행자> 또한 사람 사는 이야기로 그려냈다. 사소한 시비 속에도 웃음이 있는 교도소의 풍경, 수감자와 우정을 나누는 교도관들이 영화의 전반부를 채운다. 스탭들 사이에서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로 불린 이유이기도 하다. "<해운대>랑 비슷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가, 어느 날 사형집행명령서가 날아오면서 모든 게 뒤집어지는 이야기니까." 사형을 당하는 이들에게나, 사형을 집행하는 이들에게나 ’사형’은 잊을 수 없는 재난의 기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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